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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BS금융지주(부산은행) 회장 자리를 놓고 소란이 일고 있다. 이장호 회장이 임기 9개월을 남겨 놓고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의해 사퇴한 것이다.
부산은행에 만 39년8개월 동안 몸담고 일해 온 금융맨 이 회장은 사퇴입장을 밝히며 ''제발 차기 CEO는 반드시 내부승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낙하산 내려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부산은행에서 금융그룹으로 전환해 경남은행 인수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경영성과를 올린 최고 경영자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옷 벗고 나가란 압력을 받는다는 건 납득되기 어려운 관치이다.
◇ 기업을 밀어내고 정부가 ''갑질''하나 금융당국도 이유는 있다고 해명한다. 현 회장이 너무 오래 집권하면서 회장 중심의 인맥이 형성되고 조직이 정체될 수 있으니 연임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경영자(CEO) 승계 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투명하게 선임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경영자를 바꿔라 마라 할 법적 제도적 근거는 없다. 다만 금융산업의 특성 상 금융사 하나가 잘못되면 줄줄이 잘못되니까 금융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진과 지배구조, 경쟁력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는 있다.
금융위기 해소와 경제민주화라는 과제를 놓고 국민 경제를 살펴 정책금융을 펴야 하니 정부가 금융감독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정부지분이 한 톨도 없는 민간금융사에게 수장을 나가라 말라하고 경영진에 정부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앉는 것은 이와는 다른 문제이다.
금융당국은 흔히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경제관료 출신이 CEO를 맡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껏 부지기수로 내려 간 낙하산 인사들은 뭘 했기에 금융의 국제경쟁력이 이 모양일까?
금융산업에 정부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관료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폐해는 훨씬 크다. 정부 관료의 낙하산은 곧 금권유착이다.
정부 관료는 자기가 가게 될 자리이니 그 쪽 편의를 봐주고, 낙하산으로 내려 간 사람은 소속 은행의 이익을 위해 로비를 한다. 이렇게 맞아 들어가면 금융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을''로 놓고 자신들은 철저히 ''갑''이 되는 것이다. 또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정부 관료를 지낸 사람이 전문성을 갖췄다고 해도 금융지주회사와 같이 대규모 인력을 이끌 경영 전문성은 검증받은 적이 없다.
금융지주회사란 은행·보험·증권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이다. 전문성 있는 유능한 경영진에게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책임경영과 선진경영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려 만든 것이다.
경영정보와 고객 정보를 자회사끼리 공유하면서 고객 서비스도 질을 높이면서 내부적으로 마케팅, 전산, 전문인력 등을 활용해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도 얻게 된다. 이것을 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정부 기관의 관료가 낙하산으로 맡아 능수능란하게 경영해 나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 서울에는 먹을거리가 없어? ''고뤠?'' 박근혜 정부 들어서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절반인 13명에 달한다.
KB금융지주 회장에는 행정고시 20회,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는 행정고시 24회의 재경부 관료 출신이, 그리고 여신금융협회 회장,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 신임 국제금융센터 원장, 수협은행장 등등 모두 정부 관료들이 맡거나 맡을 예정이다. 거기에다 산업은행지주 회장 자리는 예전에 관료 출신 강만수 씨가 맡았다 시끄러웠는데 이번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멤버인 대학교수가 맡았다.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수준은 전자.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춰가는 것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이전에 금융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보조역할이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를 굴리는 엔진으로서 경제의 핵심역량이다. 글로벌하고 창의적인 금융없이 창조경제를 이뤄낼 수는 없다. 그러나 규제감독 업무에 익숙한 정부 관료가 가득 들어찬 금융계에서 창의와 창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형식상으로는 다들 정부 개입 없이 자체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절차대로 뽑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늘 그대로다. 금융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대통령 임기에 맞춰 5년마다 물갈이가 되는 것을 낙하산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부산 BS금융지주 회장을 주목한다. 과연 모피아 낙하산 부대가 서울을 점거한 뒤 부산으로 진출하려는 것인지, 과거 은행 시절에는 욕심내지 않다가 금융지주로 덩치를 키우자 눈독을 들이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