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흡연손님이 80∼90%…문 닫으라는 얘기"
흡연자·비흡연자 나뉘어 엇갈린 목소리
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정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이틀째를 맞은 9일 서울의 한 PC방 흡연석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흡연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A씨는 "아직 계도기간이라 괜찮지 않으냐"며 "담배를 피우면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PC방에 오는데 이걸 막으면 집에서 게임을 하지 굳이 PC방까지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 이모씨는 "재떨이를 달라는 손님에게는 어제부터 전면 금연이라고 얘기하고 휴게실에서 피우라고 안내하지만, 짜증을 내면서 종이컵을 가져가 담배 피우는 손님들은 막지 못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정부가 지난 8일부터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분해 운영하던 PC방을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실 내 흡연만 허용하자 PC방 업주들은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의 C PC방 업주 김모씨는 "손님 열명 가운데 여덟아홉은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며 "안 그래도 경기가 나빠 손님이 반 토막 났는데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종로구 N PC방 업주 장영수(62) 씨는 "정부 정책이니 따라야 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흡연박스를 만들었지만, 이 때문에 손님이 더 떨어지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법률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계도기간에도 흡연 신고가 들어가 경찰이 출동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이럴 거면 계도기간은 왜 두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J PC방 업주는 "커피숍보다 싼 가격에 흡연할 수 있어 여성 흡연자들이 많이 찾았는데 앞으로 여성 손님들이 올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서울 명동의 한 PC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평일 점심때를 이용해 회사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는 직장인이 많았다"며 "이번 주말이 지나면 직장인 손님이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원래 불경기인데다가 금연 조치까지 내려져 PC방을 내놓은 업주들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매물은 많은데 거래는 안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PC방 전면 금연 조치에 대해 이용자들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뉘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흡연자 박모(32)씨는 "PC방에 오는 이유는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려는 것밖에 없다"면서 "PC방이 금연이면 집에서 공짜로 게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른 흡연자 김모(28)씨는 "흡연실을 따로 두어도 담배 피우러 오가는 중에 냄새가 빠져나온다"면서 "아예 금연 PC방과 흡연 PC방을 구분해 허가를 낼 수는 없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비해 중학생 김민재(15) 군은 "PC방에 어른도 많지만, 학생들이 더 많을 때도 있다"며 "담배 피우는 어른들 때문에 연기가 자욱해 눈도 맵고 옷에 냄새가 배어 불쾌했는데 이젠 그럴 일 없으니 좋다"고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 이모(여)씨는 "손님이 줄 수 있어 사장님은 싫겠지만, 일하는 처지에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