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결혼이주여성 "술마신 남편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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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날 기획①] 이주여성 가정폭력 실태

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제주에도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지만 가정폭력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CBS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실태와 원인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20일은 첫번째 순서로 결혼이주여성들의 꿈을 앗아가는 가정폭력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닭살부부

 

베트남 여성 김선희(가명, 24)씨는 지난 2008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제주시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그러나 한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겠다는 꿈은 오래가지 못했고 4년만인 지난해 2월 이혼했다.

남편의 술이 원인이었다. 남편은 일주일에 4번 정도 술을 마셨고 그럴때마다 선희씨와 5살난 딸을 괴롭혔다.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일도 잦았다.

선희씨는 "남편이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와서 괴롭혔다. 기분나쁘다고 물건도 던졌다.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남편한테 이혼하자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온순하던 남편이 술만 마시면 괴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이름으로 바꾼 선희씨는 당장 재혼생각은 없지만 함께 살고 있는 딸에게 좋은 아빠를 만들어 주고는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남자든, 한국 남자든 상관없어요. 중요한건 얼마나 나를 잘 이해해 주는지, 딸을 받아 들일 수 있는지 예요"

중국에서 온 이자경(가명, 44)씨는 재혼가정을 꾸리며 제주시에서 살고 있다.

중국인 남성과 1991년 결혼했지만 4년만에 이혼했고 2004년, 한국인과 재혼한 것이다.

2년동안은 힘든 시기를 겪었다.

무엇보다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의붓아들에 대한 교육문제로도 많은 갈등을 빚었다.

이 씨는 "말은 서로 하는데 대화가 안된다고 남편이 늘 얘기한다"며 "같은 한국어를 구사하는데도 섬세한 표현이 서툴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씨는 또 "자녀 교육문제까지 겹치면서 2년동안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언어문제는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고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2개월여 동안 결혼이주여성 484명(시내권 거주자 214명, 읍면 거주자 198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벌인결과 16%(79명)가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농촌지역의 가정폭력이 더 심해 시내권 결혼이주여성은 12%에 그친 반면 읍면지역은 21%나 됐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77%를 기록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정폭력이 결혼이주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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