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사과에 인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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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른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남기 홍보수석에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이 공식 사과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의를 밝혔고 허태열 비서실장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청와대가 서둘러 비서실장의 공식사과에 이어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이 일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따갑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로는 미흡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윤창중 전 대변인을 경질한 이후 아직까지 대국민 사과나 유감표명 등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한데 이어 여러 명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낙마했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김행 대변인이 비서실장 명의의 사과문을 17초간 낭독했다가 오히려 역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사과에 인색한가?"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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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이남기 홍보수석에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까지 사과했지 않느냐?

= 그렇다. 청와대가 이남기 홍보수석에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주 금요일 밤 10시가 지나서야 긴급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남기 수석은 단 넉줄짜리 사과를 했는데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남기 수석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귀국한 날 밤 10시가 지나서야 긴급히 사과를 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일단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는 아니 한 만 못한 결과가 된 것이다.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서 "국민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전대미문, 사상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는데 대통령이 사과하기는커녕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남기 수석의 사과 이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인터넷 등에는 청와대의 하나마나한 사과에 대한 질타의 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남기 홍보수석 사과 전문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과 앞으로 미국 측의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방미 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이번 방미를 성원해 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는 문맥상으로 보면 한껏 몸을 낮춘 것으로 나름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잇따른 인사 낙마에 대한 사과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단 두 줄의 사과문을 그것도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17초간 대독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허 실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춘추관 브리핑실에 나타났고, 4분 25초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번 파문과 관련해 사과를 하기 시작했고, 그 수위와 표현을 놓고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허 실장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 "법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거듭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해외동포, 특히 피해자와 가족, 친지들에게 "송구", "죄송", "진심으로 사죄", "깊은 사죄", "거듭 사과", "거듭 깊이 고개 숙여 사죄" 등을 여섯 차례나 사용했고, 3차례 고개를 숙였다.

모양새만으로는 충분히 사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 정도였다.

허태열 비서실장 ''대국민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4박 6일간 미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이번 방미를 통해 크게 한·미동맹 강화 및 대북문제 공조라는 안보적인 측면과 한·미 양국 간 경제협력 증진 등 경제 실리적 측면에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미 상원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일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및 방미를 축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동맹 60주년을 맞이하는 한·미 두 나라는 이번 정상회담과 상하원 합동 연설로 더 공고해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협력기반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 모두가 국민 여러분의 한결같은 성원 덕분으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방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순방 기간 중에 청와대 소속 직원의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서 심히 마음 상하신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로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피해자 본인과 가족 친지들 그리고 해외 동포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일은 법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통령 해외순방이라는 막중한 공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로서는 더더욱 처신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미 당사자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이 있었습니다마는 추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숨기지도, 감싸지도 지체하지도 않겠습니다.

홍보수석은 귀국 당일 저에게 소속 직원의 불미한 일로 모든 책임을 지고 저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결코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직원 모두는 거듭 남다른 각오로 더욱 심기일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비서실 공직자가 다시 한 번 복무기강을 확실히 세우는 귀중한 계기로 삼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거듭 깊이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 그런데 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냐?

= 청와대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뒤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을 보면 철저하게 직급과 소속을 따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라며 대변인이 홍보수석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대통령에 따라서 홍보수석과 겸직을 하는 경우도 있고 홍보수석과 별도로 대변인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청와대를 대변하고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의 역할을 하는 자리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지명하고 인수위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 임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책임으로 보자면 참모인 비서실장이나 홍보수석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이 첫 정상외교 중에 젊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사건은 전대미문의 국격실추 참사"라고 지적하고 "이번 일은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므로 "불통인사 강행한 책임을 느끼고, 인사실패의 재발을 막기 위한 엄중한 자기검증차원에서라도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손상시키고 자신이 임명한 대변인이 문제를 일으키고, 홍보수석까지 논란을 확산시켰다면 홍보수석을 짜르고 비서실장이 사퇴하고 하는이런 것과는 별개로 대통령이 당연히 국민에게 ''주인인 국민에게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가 뭔지를 안다면 무조건 사과하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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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거나 대국민 사과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그런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오늘(1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있는데 박 대통령이 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냐? 는 질문에 "상식적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나 여권 일각에서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건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국민 사과도 아니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유감이라고 언급하는 건 아니함만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30일 청와대가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7명이 낙마한 인사 난맥상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지만 사과가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의 사과였고, 사과내용도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사과 같지 않은 17초 대독사과였다. 그래서 오히려 사과를 하고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사과를 할 거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지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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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한 거냐?

=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 보다 사과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권 출범 전 박근혜 정부 첫 국무총리로 인수위원장이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했지만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도에 사퇴했다.

그 이후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사퇴가 줄을 이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야당의 빗발친 사과요구를 외면하다 지난달 12일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사과를 했지만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야당과의 대화를 위한 사과였지만 사과하자마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했으니까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에도 버티고 버티다 사과를 한 것이 박근혜 정부의 첫 당·정·청 워크숍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불통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니까 새누리당을 향한 사과를 했다.

그것도 새누리당과 청와대 정부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 당일인 3월 30일 토요일 오전에 긴급하게 사과를 했는데 대통령이 사과를 한 게 허태열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김행 대변인을 시켜 ''17초'' 사과를했다.

인사 실패의 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사과를 한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런데 대통령은 안 보이고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것도 대변인을 시켜서 두 줄짜리 사과문을 발표하는 기가 막힌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대선후보 시절에도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등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버티다가 9월 말에 가서야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왜 사과에 인색한 거냐?

=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학습 효과''로 분석했다.

민병두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통치철학 답습하고 배우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를 하지 않으려는 점과 안전을 중시하는 점, 경제부흥에 역점을 두는 점 등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답습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들에게)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 국민에게 지켜야 할 리더의 덕목으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의 성한용 선임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특징과 전망''이라는 기고문에서 ''만기친람형 리더십''으로 분석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옛날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에서 나온 말인데 언론에서는 ''깨알 리더십''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 특징으로 "매사를 혼자 결정한다. 주변 참모들과 정치인, 관료들의 보고는 받아도 건의는 받지 않는다.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자신의 결정과 지시를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한다.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독선적이다. 그런가 하면 권한을 아래로 위임하지도 않는다. 아주 세밀한 것까지 시시콜콜 직접 챙기고 지시한다."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자기가(박근혜 대통령이) 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과에 굉장히 인색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나라가 시끄럽고 대통령이 자신의 참모를 잘 못쓴 것이니까 무조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민주주의는 당연히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이므로 민주주의가 뭔지를 알면 전혀 쪽팔려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박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한 이유는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내가 주인인데 왜 아랫것들에게 사과하느냐 이런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나 인터넷 댓글에도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인줄 아나 봐요. 대국민사과를 비서실장이 대신 하다니 어이없네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얼마나 분노하고 허탈해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나 친박 의원들은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신중하거나 검토해봐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대통령이 진심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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