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베를린'', 짜릿 첩보액션…''본'' 시리즈 안부럽겠네

류승완 감독 액션 본능 레벨업, 베를린의 도시 분위기도 한몫

베를린
''부당거래''로 재평가된 류승완 감독의 신작.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남북한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극한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하정우 류승범 전지현 한석규 이경영이 주연했다. 15세 관람가, 31일 개봉. 

황성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첩보 액션 영화가 등장했다. 상당히 만족스럽다. 일단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남성 관객들의 절대적 지지가 예상된다. 첩보의 긴장감과 액션의 화려함 그리고 속고 속이는, 쫓고 쫓는 인물들의 관계가 치밀하게 구성됐다. 기대작에 걸맞는 작품이다.

신진아=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화제다. 다음주자는 류승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와 견줘도 손색 없었다. 한국영화의 수준이 이 정도면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하는 ''설국열차''의 도전이 충분히 승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성운= ''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쾌감과 유사했다. 특히 맨몸 액션, 총격전 등은 입이 쩍 벌어졌다. 류승완 감독이 액션 장르에 남다른 장기를 보여왔는데 이번 영화로 정점을 찍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 이전 작품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액션 스타일(디자인)을 구축했다.

신진아= 화려하고 과장된 액션이 아니라 고도로 훈련받은 첩보원들의 강하고 짧고 빠른 실전무술이라는 점이 더욱 실감나면서 박진감 넘쳤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하정우와 류승범의 격투신은 ''와 진짜 몸을 던졌네'' 싶은게 마치 두 맹수의 혈투를 보는 듯했다. 또 폭발신 이후 귀가 먹먹해진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도 감탄이 났다. 류승완 감독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황성운= 하정우와 전지현의 탈출 와이어 액션신도 백미다. 발에 전선이 묶인 채 유리로 된 돔 위로 사정없이 떨어지는데 내 몸이 아프더라. 라트비아 프로덕션 사무실의 특이한 건물 구조에 착안해 디자인한 액션신인데 촬영 1년 6개월 전부터 비주얼 작업을 했을만큼 신중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신진아= 베를린의 이국적인 풍경도 볼거리다. 사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관계가 단선적이지 않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편이 하루아침에 적이 된다. 류승범만이 분명한 목적과 의도로 이 도시에 와있다. 거대한 모호함이 영화전체를 관통한다는 느낌인데 그게 회색빛의 도시풍경과 잘 맞아떨어진다.

황성운= 진짜 잘 어울렸다. 또한 다국적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어, 북한어, 영어, 독일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가 사용된다. 마치 할리우드 첩보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신진아= 류감독이 ''부당거래''로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다가 뭔가 말할 수 없는 시대의 비극이 남아있는 도시의 분위기에 반해 영화를 기획했단다. 냉전시대에는 길거리의 10명 중 6명이 스파이였다는데, 베를린을 보면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

황성운= 사실 액션에 치중하다 보면 영화의 핵심인 첩보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베를린은 이야기의 탄탄함도 놓치지 않았다.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이경영 그리고 수많은 외국배우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결고리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서로를 속여야만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고, 또 숨겨야만 하고. 여기에 각기 다른 목적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신진아= 중반까지는 조금 호흡이 느리지 않나. 혹자는 인물소개를 계속 늘어놔서 조금 지루했다고 하더라. 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추구하니까 좀 지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쟁쟁한 배우들의 호연, 이국적인 도시풍경, 신선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 등이 그런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황성운= 류승범은 상당히 매력적이더라. 악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더라. 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신났던 것같다. 제작보고회부터 굉장히 즐거워하더라. 그런 모습 처음이다.

신진아= 류승범은 형인 류승완 영화에서 제일 돋보인다. 하정우는 역시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충무로의 30대 대세 배우가 아닌가. 절도있는 액션, 그 상처입은 듯하면서도 강인한 눈빛에 또 반했다.

황성운= 전지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박찬욱 감독이 ''전지현 깜놀''이란 문자를 보냈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짐작하겠더라.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런 묘한 지점이 전지현한테도 나오더라. 어찌보면 도둑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의 모습이었다면 베를린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신진아= 마지막 액션신은 김포매립지에서 찍었단다. 저멀리 보이는 풍차 같은 건물은 세트로 만들었다네. 그건 그렇고, 웃자고 털어놓으면 하정우와 전지현의 마지막 감정신에서 두 배우가 각각 찍고 있는 맥주광고와 샴푸광고가 떠올랐다. 마치 황금빛의 밀밭 같아보이더라고. 그러다보니 전지현의 머리결도 눈에 들어왔다.(웃음)

황성운= 여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무언가를 보는 신비한 능력이 있네요. 저희 와이프하고 영화보면 그 여배우가 무슨 옷을 입고나왔다고 하는데 전 도통 기억을 못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가 31일 개봉해 설 연휴까지 극장에 걸려있을 듯한데 500만 이상은 충분히 노려볼 만하지않나.

신진아= 순제작비가 100억원이 조금 넘는 대작이니 500만은 가야지.

황성운= 근데 이야기의 중심이 북한이라는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북한 권력 변화(김정일→김정은), 북한 내부 권력 암투 등이 스토리를 이끌지 않나. 한국의 국정원 요원인 한석규가 주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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