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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훼손 없는 핵무장'은 허상…이스라엘도 美와 마찰[한반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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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핵 고도화와 북러 밀착을 계기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장은 국가 운명을 가르는 위험한 선택이긴 하나 지정학적 상상력을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로 인해 한국 핵무장 용인에 대한 희망적 관측도 나온다. 잘만 하면 한미동맹 훼손 없이도 핵무장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철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역사는 '시혜적 핵무장'이 허상임을 말해준다.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일시적이나마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지도자의 결기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 진정 핵무장을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필수인데 우리는 무엇을 쥐고 있나. 과연 우리는 미지의 고난과 역경까지 감내할 각오를 한 채 핵무장을 말하는 것인가.

['웰빙 핵무장'은 없다…비상한 각오 없이는 헛구호①]
한미동맹과 핵무장 병행? 전문가 "미국은 하나의 선택 요구"
트럼프 진영서 우호적 목소리 나오지만 반대론 여전히 공고
지도자 결기와 국민 공감대 필수…안이한 상황인식은 위험
美, 파키스탄에 "본때 보여줄 것" 협박…고통의 과정 불가피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한미동맹 훼손 없는 핵무장'은 허상…이스라엘도 美와 마찰
②"스포츠카 원하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 핵무장 지지의 허실
③핵무장 외치다 자칫 전술핵 들여올라…최악 시나리오

지난 1일 여당 A의원이 주최한 핵무장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는 "국민의힘이 리스크 테이킹(위험부담)을 하지 않는 전형적인 '부자 정당'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미국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며 진짜 핵무장 의지가 있다면 확고한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A의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핵무장,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핵에 관한 논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미동맹과 핵무장이 동시에 같이 가야 되는, 한미동맹을 전제로 하는 핵무장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 장면은 같은 핵무장도 방법론에서 입장이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가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진 정치인도 있지만 좀 드문 편이고, 상당수는 미국의 동의하에 간다, 설득해야 되고 설득할 수 있다는 온건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서 우호적 목소리 나오지만 반대론 여전히 공고

문제는 이런 입장이 단지 방법론의 차이를 넘어 부정확한 현실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가 의외로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함께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물론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최근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에 부쩍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반대할 이유가 없다),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논의 가능하다),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배제하지 않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 내에도 반대 목소리가 존재한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방한 때 "한국 핵무장은 비확산 원칙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핵무장 찬성론자에 대해선 트럼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은 누구도 알기 어렵다. 더구나 재임 성공 후 실제 무슨 정책을 취할지는 더욱 미지수다. 집권 1기 때와 다를 거라 하지만 주류 관료‧전문가 그룹에 또 다시 포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세를 보이긴 하나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지금 분명한 사실은 미국 일각에서 한국 핵무장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긴 했지만 반대론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 외에 없다. 그 이상의 예측은 무의미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동맹 훼손 없는 핵무장'은 '되면 좋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도 얼굴을 붉힐 각오가 없다면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미국은 일관되게 '핵무장 할래 한미동맹을 받을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항상 요구해 왔다"면서 "핵 개발 시도는 한미 갈등을 초래하고 미국 핵우산을 후퇴시키고 한미동맹의 손상을 크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 결기와 국민 공감대 필수…안이한 상황인식은 위험

동맹과 핵무장이 길항관계인 것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등의 핵개발 역사가 증명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물밑지원을 받았을 것이란 일반적 오해와 달리 처음에는 핵우산(확장억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1950년대 프랑스와의 제휴를 선택한 배경이다.
 
그보다 늦게 핵개발에 나선 파키스탄은 훨씬 더 험한 길을 걸어야 했다. 1976년 당시 줄피카르 알리 부토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본때(a horrible example)를 보여줄 것"이란 협박(이창위.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을 받았다. 부토 대통령은 1년 뒤 쿠데타로 실각했고 1979년 처형됐다. 미국과의 관련성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사례는 중요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두 나라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핵개발에 성공한 것은 지도자의 결기에서 비롯됐다. 벤구리온은 건국 초부터 국가 역량을 결집해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고 끝내 암묵적 승인을 얻어냈다.
 
파키스탄 사례는 더 극적이다. 핵개발을 완성한 것은 처형된 부토의 딸 베나지르 부토가 총리로 집권하면서였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그 전임자 시절에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며 핵개발 족쇄가 다소 풀려있기는 했다. 그는 그러나 2007년 암살되며 선친에 이어 또 다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전 교수는 "핵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굉장히 강력한 자율외교의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라며 "핵무장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강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10~20년 안에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이 실패한 이후 연구 차원의 접근도 어렵게 됐다. 그나마 전두환 정권이 권위적 통치 기반을 갖추고 있었지만 아무런 한 일이 없다. 미국의 과도한 눈치를 보며 '백곰사업'(지대지미사일 개발)까지 중단하는 바람에 미사일 역량마저 후퇴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역임한 이현주 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미국을 상대로 우리의 주장과 논리를 치열하게 설명하고 협상할 정도는 돼야 하는데, 여태까지 보면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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