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신고율 10%엔 이유가 있습니다"

유아 친족성폭력 50% 달해…아주 심각

- 친족간 어린이 성폭력 인지 어려워
- 피해자에 책임 돌리는 분위기…''2차 피해'' 우리사회 멀었다
- 형 낮더라도 모든 성폭력 다 처벌대상 인식 확고히 해야 근절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게스트 :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미순 소장

◇ 김미화> 얼마 전 등교하던 초등학교를 납치해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살해한 일이 있었죠.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인데요, 우리나라 성폭력 심각한 수준이죠. 더 큰 문제는 성폭력 범죄건수는 늘었지만 실제로 신고된 것은 거기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겁니다. 이 시간에는 성폭력이 숨겨지는 현실, 그 문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미순 소장님 나와계시죠?

◆ 백미순> 네, 안녕하세요.

◇ 김미화> 실제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보다 신고율이 낮다는 건 무슨 얘긴가요?

◆ 백미순>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추행이나 강간미수와 같은 성폭력 사건이 매년 2만여건에 달합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나 다른 관계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신고비율이 8% 내지 많게 잡으면 15%라고 해요. 대게 10% 내외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보면 실제 발생건수는 20만여건이라고 볼 수 있겠죠. 2008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공식 통계의 8배 정도가 실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 김미화> 왜 신고율이 낮아요? 숨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 백미순>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는요.

◇ 김미화> 친족 성폭력이요?

◆ 백미순> 네. 보통 성폭력 통계를 보면 80~85%가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살인까지 동반하는 사건을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범죄자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일반적인 사건을 보면 아는 사람에 의해 성폭력이 발생하는 걸로 드러나고 있거든요.

보통 신고를 했을 경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고, 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서도 곧 바로 신고하거나 주변에 알리기를 두려워하죠. 그래서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서 신고율이 낮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 김미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말고, 친족성폭력의 경우는 어떤가요? 실태가 심각한가요?

◆ 백미순> 저희가 지난 25년동안 매년 성폭력 상담 통계를 내는데요, 일반적으로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16%가 되요. 청소년이나 유아, 어린이로 내려가면 그 비율이 굉장히 심각한데, 19~14세까지 청소년의 경우 23.7%가 친족이나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으로 드러나고요, 13~8세의 어린이의 경우 54%, 7세이하의 유아인 경우 45%정도가 친족이나 친인척에 의해 발생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 김미화> 어떤 유형으로 발생하나요?


◆ 백미순> 강제추행부터 강간까지 다양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강간까지 이르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추행에서 시작했다가 어린이가 성장했을 경우 강간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해도 일회에 끝나는게 아니에요. 몇 년동안 지속되기도 하고요. 문제제기하고 가해자가 멈추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성인 돼서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미화> 쉽게 밖으로 내놓지 못한 상황이겠죠. 청소년이나 어린 유아의 피해는 지금 집계에 잘 안들어가고 있는 거죠?

◆ 백미순> 성인의 경우 친족성폭력 비율이 낮아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고, 유아의 경우에는 50%에 달해요. 아주 심각한 상태인거죠.

◇ 김미화> 너무 어려서 신고를 못하는 건가요?

◆ 백미순> 보통 친족간에 벌어지는 어린이 성폭력의 경우 처음에 이걸 성폭력으로 인지하기 어려워요. 가해행위를 할 때 ''''네가 이뻐서 이렇게 하는거야, 어른이 돼서 알아야 하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거야'''' 아동한테 이렇게 얘기하기 때문에 아동은 성에 대한 인지가 낮아서 이걸 성폭력으로 판단을 못하는 거죠.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도 가해자가 ''''이걸 말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말해도 다른 사람들은 네가 문제가 있다고 말 할거다, 네가 말하는 순간 가족은 다 깨져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다''''라고 협박을 해요. 그렇게 되면 아동 청소년이 문제제기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거죠.

◇ 김미화> 통영 초등학교 살해사건 때도 가해자가 ''''짧은 분홍치마를 입었다, 순간적인 충동이 일었다''''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이건 피해자가 폭력을 유발했다는 식의 얘기잖아요.

◆ 백미순> 아동성폭력의 경우 아동에 책임을 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왜냐면 피해자의 특수성에 따라서 보통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요, 문제는 아동의 경우는 피해를 겪어도 진술이 일관되지 않잖아요. 어른들도 기억이 일정하지 않은데 어린이의 경우 본인의 기억을 재구성해서 사람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진술로 인정을 못받는 경우가 많아요.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 성폭력 신고를 한다고 하고 주변사람에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옷차람을 평소 야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밤길을 혼자 다니니 그렇지, 밤에 남자랑 술마셔서 그렇지, 아니면 저항을 끝까지 하지 않아서 강간을 당한 거 아니냐.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도 그게 가해자 책임이 아니라 피해자가 뭔가 잘못을 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문제제기하기 더 어렵죠.

◇ 김미화> 언론엔 보도되지 않지만 지금도 상담소로 성폭력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가 많나요?

◆ 백미순> 많습니다.

◇ 김미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숨어버리는 현실이 많은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피해는 어떤가요?

◆ 백미순> 지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식의 분위기가 경찰이나 검찰이나 판사, 변호인에 의해서도 이뤄지게 되요. 이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당신이 평소 생활이 문란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은게 아니냐, 가해자와 합의해서 성관계를 한게 아니냐 이런 식의 비난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2차피해에 대해 저희가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이걸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저희가 지원한 사건을 보면 피해자한테 검사가 ''''아버지랑 사귄게 아니냐, 너도 좋아서 한게 아니냐'''' 이런 말을 피해자에게 오히려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2차피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성폭력 근절을 위해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미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 백미순> 저희는 시민들께 성폭력에 대한 이중 잣대를 갖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통영사건 같은 경우도 가해자에 대한 엄청난 분노 때문에 신상공개를 사법적용 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막상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그게 성폭력 사건이라고 인지를 못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성폭력 사건이 내 주변에서 발생하면 피해자 편에 서기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든지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들이 문제제기 하기 어렵습니다.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우리 주변의 성폭력을 돌아보자. 특정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기보다 형은 낮더라도 모든 성폭력은 다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가는게 성폭력 근절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미화> 소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미순>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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