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및 쇄신파 의원 20여 명은 5일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표방하며 모인 자리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아침부터 20여 명이 넘는 전현직 의원들이 모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헌법 119조2항 삭제를 주장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재벌들의 그런 입장이 한 두 해 일인가, 신경 쓸 필요 없다. 재벌들은 우리가 걱정해주지 않아도 자기네들이 알아서 잘한다(정두언)"는 반론이 맞설 정도였다.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현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경련의 입장을 두고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경제를 부정하는 편협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밝히는 등 한나라당 시절 ''시장 경제 지상주의''의 색채가 많이 엷어졌다.
앞서 지난 달 새누리당은 국회 개원일에 맞춰 비정규직 차별해소 법안과 골목상권 보호 법안 등 민생법안 12개를 제출했다. 총선 전에는 ''경제민주화''란 용어를 정강정책에 직접 담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념 성향 면에서는 기존 한나라당 때보다 더 ''우클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진보통합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에 대한 공세에서 공공연히 ''진보=종북'' 프레임을 들이대는 게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진보당 부정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반민주적 작태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지만, 황우여 당 대표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각 의원들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해 서슴 없이 ''국가관'', ''사상검증''을 이야기하는 등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황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과연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느냐 심사하는 데까지 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경제에는 ''좌클릭'', 이념 면에는 ''우클릭''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총선 후 발표한 ''19대 국회의원의 이념성향과 정책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념성향은 평균 6.21(0은 가장 진보, 5는 중도, 10은 가장 보수)로 18대 한나라당 시절의 6.00보다 더 오른쪽으로 갔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수세에 있을 때는 눈치 보느라 제법 개혁적인 척하며 복지에 심지어 경제민주화까지 떠들어댔지만, 총선 승리 이후 여유가 생긴 것"이라며 "굳이 눈치 안 봐도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대로 공안 드라이브를 걸어 대선까지 몰고 나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명박 추종세력이 시장 탈레반이었다면, 박근혜 추종세력은 이념 탈레반"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지난친 종북주사파 비판이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석기,김재연 제명 논란에 대해 "그분들이 정말 반국가적인 사상이나 활동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을 했다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면, 행정부 수사기관이 수사를 먼저 해야 할 일로 본다"며 "이분들 사상의 문제가 있기에 국회의원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새누리당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이날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발언에 대해 "매카시즘 보다 더 악질적인 매카시즘으로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