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이 먼저 제기한 박 후보의 병역 문제를 나경원 후보측이 바통을 이어받은 뒤 한나라당 지도부가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박 후보 병역의혹의 핵심은 박 후보가 일제에 강제징용돼 실종된 작은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적해 자신과 형이 동시에 보충역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네이밍(이름 붙이기)도 감각적으로 ''일타 쌍피 6방(6개월 방위)''으로 붙였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의 해명을 들어보면 작은할아버지가 실종되고 그의 아들도 사망(1969년 4월)하자 박 후보의 할아버지가 대를 이어주기 위해 실종된 동생을 대리해 양손으로 입적시켰다고 한다.
당시 13살에 불과한 박 후보가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 양손으로 입적했다는 것은 불행한 가족사를 선거에까지 악용하는 전형적인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민법에 양손제도가 없다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박 후보는 "1987년 판례에 의해 양손입적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례가 나왔는데 오히려 그 이전에는 광범위한 일로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는 나경원 후보의 공언과 달리 한나라당과 나 후보측은 연일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을 분리시켜 선거전을 여야의 조직 싸움으로 몰고가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흐를 경우 잠재적인 박 후보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하게 되고 여야의 고정 지지층간 대결로 흐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선거전이 바람이 없는 조직 싸움으로 전개되면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하다는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선거 전략에 도통한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는 진흙탕 싸움으로 갈 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박 후보측이 대응을 해준다면 더 좋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로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흐르면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간 지지도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후보는 48.8%, 나 후보는 42.8%로 지지율 격차가 6% 포인트로 좁혀졌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4.4%P)
특히 적극 투표층에서는 박 후보(48.6%)와 나 후보(47.6%)의 지지율 격차가 1% 포인트로 팽팽하게 좁혀졌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1.29%P)에서도 나 후보 46.6%, 박 후보 49.7%로 3.1%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고, 적극 투표층에선 격차가 1.9% 포인트(나 후보 48.2%, 박 후보 50.1%)로 좁혀졌다.
박 후보측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은 한나라당측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제는 대응할 것은 대응하려 한다"며 "다만 정면 대응할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판단이 잘 안선다"고 말했다.
박 후보측은 나경원 후보의 재산 형성문제와 정책 문제에 대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박 후보 측도 대응하기로 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전은 과거 어느 선거 못지 않게 혼탁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이 될 수록 여야의 고정지지층간 전통적인 대결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