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연말…윤석열은 어떻게 내수를 위험에 빠뜨렸나

연합뉴스

성탄절 이브, 한 공터에 주차된 차 안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수억원대 빚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지금 이들 가족의 비극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불황이면 더 무겁게 짓누르는 '빚의 무게'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의 수는 1974만명(한국은행 3분기 자료)이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대출잔액은 9505만원.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947만명(통계청 11월 자료)의 3분의 2가 한 사람당 1억 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빚 갚기는 두 배 이상 힘들어졌다. 2021년 2.07%로 시작한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현재 4.55%로 올랐다. 1억 원을 빌리면 월 17만원의 이자를 내면 되던 것이 3년 만에 월 38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보니 은행에 내야하는 원리금을 한 달 이상 못내는 연체율도 0.2%에서 0.4%로 두 배 올랐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같이 이자가 훨씬 센 비은행권 연체율은 2.18%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이는 가계 대출만 따진 것으로 사업자 대출, 기업 대출 등은 빼고 계산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대출로 생계를 이어왔던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은행권이 0.5%를 넘었고, 비은행권은 3.51%까지 올랐다. 저축은행과 신협, 금고 등에서 빌린 자영업자 대출 100건 중 3건 이상이 한 달 이상 원리금을 못 갚고 있다.

버는 돈이 대출금 상환에 들어가면 씀씀이는 줄어든다. 2022년 2316만원이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지난해 2281만원으로 줄어들었다. IMF 위기가 덮친 1998년 이후 1인당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것은 2023년이 처음이었다.

금리가 오르며 쓸 수 있는 돈은 줄었고, 물가는 치솟았다. 여기에 당국은 DSR 규제 등으로 대출을 조였다. 소비 침체와 내수 불황의 조건이 이미 갖춰진 시점에 비상계엄은 터졌다. 모든 경제활동의 독약인 '불확실성'이 함께 터져 나왔다.

일터로 나갔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송년회는 우르르 취소됐다. 계엄이 선포됐던 12월 첫 주 신용카드 평균 이용금액은 직전 주에 비해 4분의 1 이상 줄었다(-26.3%, 통계청 나우캐스트 자료).

은평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12.3 이후 손님이 끊겼다"고 말했다. 가족을 동원해 인건비를 줄여가며 버텨왔다는 그는 이제 한계 상황에 다달았다. 그럼에도 가게 임대료와 대출 갚을 날짜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불황이 가져오는 빚의 무게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불확실성은 나라 안 뿐만 아니라 밖으로도 퍼졌다. 달러를 가져와 우리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달러를 챙겨 나갔다.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들은 증시에서 2조2920억원을 팔고 나갔다.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7천만개가 넘는다. 국민 1인당 1.5개 꼴의 계좌는 단 보름 만에 주가 하락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산이 줄면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든다. 소비 하락을 부르는 또 다른 원인이다.

하루 아침에 '여행주의국'으로 전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렸고 해외투자를 모색하던 바이어들도 줄줄이 입국을 연기했다. 달러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이후 1450원을 넘어섰다. 4거래일 연속 환율이 장중 1450원을 넘어선 때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이다.

경제 위기급 환율에 수입 물가도 가파르게 오른다.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하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이고 가뜩이나 고물가로 얇아진 서민들의 지갑은 더 쪼그라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환율 급등의 "절반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비상계엄은 불황으로 달리는 차량의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그러나 아닌 밤에 터져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나락은 깊어졌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김정은'에 더해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윤석열 디스카운트'는 돌발적으로 튀어나왔으나 단시간에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국회의 탄핵 가결 직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25일 공수처의 2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했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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