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출에…정부, 4년 만에 외화유입 규제 문 '활짝'

선물환포지션 한도 대폭 상향…2020년 3월 이후 처음

정부가 4년여만에 외화유입 규제를 최대로 푼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외화예금도 줄며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4년여 만에 외화유입 규제를 최대로 푼다.

우선 선물환포지션(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 한도를 대폭 상향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은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인데, 당시 '1단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 차원으로 시행한 규제 완화 때보다도 상향 폭이 훨씬 크다.

또 그간 제한해온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을 특히 수출기업 중심으로 허용하고, 엄격한 절차로 국내 외화채권 참여가 저조한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 채권 상장 편의도 개선하는 등 외화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외화 유출이 계속되는 만큼 그동안 외화부채 증가 우려에 인위적으로 눌러왔던 외화유입 규제를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풀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대외건전성 관리를 가장 중시한 탓에 외화유입을 규제하고 외환보유고를 쌓아 왔는데, 최근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소진되자 대외건전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외화유입 규제를 풀고 외환보유고 소진 부담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건전성 관리를 위해 외화유입을 조심스럽게 (규제)해왔는데, 지금은 대외건전성 수치가 좋고 순대외자산국이 된 만큼 규제완화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를 상회하고, 10년전 흑자 전환한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에 이르는 등 견고한 대외안전판을 구축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외화유입 사태로 외환보유액 '4천억 달러 상회' 마지노선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자 추가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50% 상향

류영주 기자

정부는 20일 오전 기획재정부 김범석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기존 국내은행 50%, 외국은행 국내지점 250%로 규제하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 75%, 외은지점 375%로 기존대비 50% 상향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는 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한창 빠져나가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부는 '1단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는 차원에서 국내은행 40%, 외은지점 200%이던 기존 한도를 지금 수준까지 상향했는데, 이번엔 그때보다도 규제완화 폭이 훨씬 큰 셈이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는 과도한 자본유입과 단기차입을 막기 위해 2010년 10월 도입됐다. 이후 외국환거래규정 범위 내에서 시장 여건에 따라 조정해왔다.

외화 대출 허용…동남아 교역국과 환전 없는 직접 결제 구축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 대·중소·중견기업 시설자금 용도 대출을 허용한다. 그간 정부는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2010년 6월 말 중소·중견기업 국내 시설자금 잔액 64억 6천 달러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해왔다.

정부는 필요시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여력을 고려해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으로 제한해 대출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업체는 수출대금으로 원화용도 외화대출의 원금을 상환할 수 있기 떄문이다.

또 인도네시아 등과 이종통화 결제 여건을 구축, 기존에 구축된 결제 체계를 통해 달러환전 없이도 상대국 통화결제를 확대한다. 앞서 한-인니간 LCT(현지통화 직거래 체제)가 올해 9월 말 출범한 데이어,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추가 LCT도 추진 협의 중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국내기관의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 채권 상장 시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 한도도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도 2024년에서 내년 말로 연장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이번 조치의 시행 효과와 국가신인도 및 외환시장 여건 등을 면밀히 살펴 필요시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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