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이 속도전을 벌이는 가운데 내란죄 수사 주체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가 현행법상 경찰만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 범죄와 관련성 있는 범죄의 경우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은 8일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사실 관계"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죄와 관련이 있는 내란죄도 함께 수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박 본부장은 "이번 사건에서 직권남용과 내란죄가 관련성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자와 국민들께서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은 내란죄는 경찰의 소관 사항이고 이번 사태를 수사할 수 있는 곳은 경찰뿐이라는 입장이다.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측은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 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양측의 신경전에 법원도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한 취지로 청구된 영장 문제를 예로 들며 두 기관이 조정 노력을 해달라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의 신경전 마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놓고도 불거진 분위기다. 경찰이 압수수색 등 물증 확보에 주력하던 사이 검찰이 '주도권 선점'으로 김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전날 군검사 5명 등 군 인력 12명을 파견받아 군검찰과 합동수사 체제를 검찰 특수본은 이날 새벽 김 전 장관을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다. 특수본은 동부구치소에 수감한 김 전 장관을 오후에 불러 다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박 본부장은 특수본 구성 직후 가장 중시한 것이 김 전 장관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소환 조사를 요청, 설득한 끝에 이날 새벽에 이뤄져 조사가 시작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경찰에 합동수사를 제안했지만, 경찰은 "합동수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수사 효율성 차원에서 합동수사 제안을 받았지만, 수사 신뢰성과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절했다는 취지다. 다만 양측은 표면상으로는 원활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본부장은 "초동수사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신속, 엄정한 진상규명 처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도 그래서 군검찰과 (협의)하고 있고 경찰도 저희와 함께 좋은 방안 협의하길 바라며 검찰도 관련된 노력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특수단 또한 "수사준칙 제7조에 근거해 수사단계별 진행사항에 맞춰 '법령의 적용', '영장신청' 등에 관해 상호 의견을 제시하고 교환하는 등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와 범죄정보과 소속 수사관 30명을 추가로 투입하며 150명 규모로 확대했다.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특수단은 김 전 장관에 대한 통신영장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김 전 장관의 통화 내역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