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과정을 긴급뉴스로 타전한데 이어 계엄선포의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국제팀 임미현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앵커]
임기자, 해외 언론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죠?
[기자]
주요 외신들은 어젯밤 일제히 '한국 대통령 계엄 선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긴급 뉴스로 타전한 뒤 실시간 속보를 전했습니다.
외신들의 첫 반응은 충격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비상 계엄 선포는 1980년대 이후 민주적이라고 여겨온 한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고 했고, CNN은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분열되고 당파적이었지만 민주화된 이후 어떤 지도자도 계엄령을 선포하는 데까지 나아간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신들은 또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는 소식도 속보로 전하면서 국회에 병력이 진입하고 군용 헬기가 동원되는 등 급박했던 국회 상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앵커]
계엄이 해제된 이후 외신은 어디에 주목하고 있습니까?
[기자]
계엄선포의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먼저 BBC의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BBC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반국가 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desperate political troubles)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임자들에 비해 대북 강경 입장을 취해왔는데, 계엄을 선포하면서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않고 정치적 반대파를 북한의 동조자로 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BBC는 또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레임덕 대통령으로 전락했고, 이후 정부가 원하는 법안은 통과시키지 못한 채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주가 조작 사건 등 여러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고 야당의 정부 예산안 삭감과 감사원장과 고위검찰 탄핵 시도 등은 윤대통령에게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러나 어쨌든 '계엄 정국'은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기자]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위기 돌파를 위해 '도박'에 나섰지만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거부당하면서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self-coup)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는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자신의 몰락을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처절한 도박이라고 표현하면서 "권위주의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이 일부에게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국회가 만장일치로 계엄령을 뒤집으면서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며 긴박하게 움직인 것 같습니다.
[기자]
특히 미국 정부의 입장이 주목됐는데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계엄 해제 직후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려스러운(concerning) 계엄령 선포에 관해 방향을 바꿔 계엄을 해제하는 한국 국회의 표결을 존중한 것에 대해 안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계엄 선포에 대해 '우려스러운'이라는 표현을 쓰고, 민주주의가 한미동맹의 근간이라고 밝힌 것은 계엄령 선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임미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