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일부 충청 광역단체장들의 뒤늦은 입장 표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 해제 뒤에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다가 4일 오전 9시 40분쯤에서야 "국정 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수십 년간 성숙돼온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행정 권력도, 입법권력도 절대로 남용돼서는 안 되고 제한적으로 절제돼 사용돼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도 헌법을 준수하며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전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시민 여러분께서는 걱정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해 주기를 바란다"며 "대전시 공직자는 시민 불편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에 전념하고, 저 또한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시장의 입장문에는 국정 혼란 주체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빠진 데다 혼란을 일으킨 이들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은 45년 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밤사이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무장 계엄군이 국회 건물 유리창을 깨고 시민들과 몸싸움하며 진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밤잠을 설친 시민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은 비상계엄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4일 새벽까지 국회 앞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모였고, 인터넷 일부 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주해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지역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광역단체장들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어도 계엄 선포가 해제된 직후라도 시민들을 진정시키거나 안심시키는 내용의 담화문이 발표돼야 했다는 것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이자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세종시 수장의 입에서 현 상황에 대한 평가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입장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김태흠 충남지사는 4일 새벽 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 질서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대전, 세종, 충남 광역단체장은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쯤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국회의원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