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뜻을 모은 여야지만,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여부를 둘러싸고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를 하되 공제한도를 5천만원으로 높이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과세를 유예하자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이미 대선과 총선을 통해 공약했던 내용"이라며 "다만 공제한도를 높이면 조세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지 않겠냐는 생각에 한도를 기존보다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제액 규모를 5천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던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250만원이 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20%, 지방세를 포함하면 22%의 세율로 분리과세가 이뤄진다.
과세는 예정대로 하되 250만원을 5천만원으로 높임으로써 비과세 구간을 확대,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른바 '개미'는 보호하고, '큰 손'에게만 세금을 걷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의제 취득가액'을 적용하는 점도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과세 시행일인 2025년 1월 1일 이전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직전일인 '2024년 12월 31일의 시가'와 '취득 당시의 가액' 중 더 큰 금액으로 지정된다.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코인의 가치가 높아졌더라도 이미 올라있는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보기 때문에 소득세 부담이 낮아진다.
반면 정부·여당은 아직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이유로 과세 시점을 2년(정부안), 또는 3년(송언석 의원안) 유예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를 '청년세'로 부르며 조세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청년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들이 자산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세부담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SNS를 통해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안이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가상자산 특수성상 현재 법제와 준비 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가 어려울 수 있어 많은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기재위는 오는 25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앞선 3가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 의원 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세소위는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관례가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법개정안은 정부 예산안에 연동되는 부수법안이자, 기재위의 최우선 업무이기 때문이다.
법정 처리 기한은 오는 30일로, 이날까지 처리가 되지 않으면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정부발의 개정안이 부결될 경우, 공제한도가 250만원인 원안대로 내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여야 간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세소위원장인 박수영 의원,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민주당의 강행처리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이기 때문에 무조건 민주당 안만을 고집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