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4분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어 이른바 'AI 열풍'이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장 마감후 내놓은 3분기(8~10월) 실적 발표에서 350억8천만 달러(49조1190억원)의 매출과 0.81달러(1134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 주당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308억 달러로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엔비디아측은 4분기 매출도 약 375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3분기 보다 늘어난 액수지만 시장 예상치(370억 달러)를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 매출은 올해 1분기 260억4천만 달러에서 2분기 300억4천만 달러, 3분기 350억8천만 달러, 4분기 375억 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칩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는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 메타·오픈AI 등 '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모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앞서 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내년에도 AI 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매출이 올 4분기까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증가율만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분기 대비 2분기 매출은 15.3%, 2분기 대비 3분기 매출은 16.7% 증가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전망대로라면 4분기 매출 증가율은 6.9%로 상승 곡선이 크게 꺾이게 된다.
1993년 설립 이래 젠슨 황 CEO가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 2년 동안 반도체 업계의 정상에 오르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당초 컴퓨터 그래픽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엔비디아의 칩은 AI 연산에 적합했고, 빅 테크 기업들은 첨단 AI 도구 구축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엔비디아의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해서 극적인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4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칩 '블랙웰'이 AI 열풍을 다시 한번 불러올 가능성은 있다.
블랙웰은 현재 가장 성능이 좋은 칩으로 알려져 있는 H100과 H200 등 호퍼를 잇는 AI 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블랙웰 생산이 본격화하고 있고 4분기에는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블랙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선도적인 AI 개발자들이 컴퓨팅 인프라를 계속해서 확장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현 세대 칩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