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진 '롯데그룹 위기설'에 대해 '유동성 위기라고 보기에는 과하다'는 분석에 힘을 얻으면서 이번 '지라시' 사태는 해프닝으로 종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뜬소문' 하나에 그룹 주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체질적으로 허약해진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재무 위험성 관리 등 쇄신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라시 이후 반등→하락…롯데케미칼 부진이 직격탄
계열사들이 당일 일제히 해명 공시를 냈지만 주가 폭락을 막진 못했다. 결국 롯데지주 차원에서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19일 급반등했던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20일 다시 52주 신저가 근처까지 하락하면서 부진한 업황에 따른 롯데그룹의 허약해진 체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롯데그룹의 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에 확실한 자금원 역할을 하던 화학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이 업황 부진으로 나빠졌다는 데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던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66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급기야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로 실적까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롯데건설 대규모 자금 지원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차입금이 늘며 이자 부담도 커진 것이다.
그 결과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롯데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차입금(사채 포함)은 △롯데지주 4조1762억원 △롯데케미칼 5조2495억원 △롯데쇼핑 4조9970억원 △호텔롯데 3조4896억원 △롯데건설 1조8177억원 등 18조원에 육박한다. 그룹 전체 총차입금은 30조원에 이른다.
"유동성 위기까진 아냐"…재무 건전화 과정은 시급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롯데케미칼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다"면서 "하반기 미국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설비 40%를 매각해 7천억원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를 활용해 7천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도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에 대해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천억원의 현금예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코스피 화학 업종과 코스피 200 에너지·화학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비율이 각각 62.0%, 105.2%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동사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IMF 시기의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225%, 107%였다.
다만, 실적 악화, 부채 증가 등으로 허약해진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재무 위험성 관리에는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에 대해 "부채비율이 1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것은 사실이나, CEO IR 데이(day)에서 연결법인 자산(토지) 재평가를 통해 재무비율 개선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재무 건전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사장단 회의에서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기존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네 가지를 지시했다.
롯데그룹에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쇄신'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대표들의 교체 여부, 롯데가(家)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승진 여부 등이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