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지자체 산하기관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마약류 실태조사를 하면서 특정 마약류를 지칭하는 '은어'들을 설문 항목에 포함해 빈축을 사고 있다.
땅콩, 허브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한 게 대표적인데, 마약류 실태조사가 아니라 '마약류 은어 인식조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허술한 조사에 '중학생의 8%가 마약류를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마약으로 분류된 '땅콩·허브'…설명도 없는 실태조사
실태조사에는 사용 경험이 있는 마약 종류를 묻는 항목이 포함됐다.
문제는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땅콩과 허브가 항목에 포함된 것. 땅콩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러미날과 함께 기타약물에 담겼고, 허브는 대마초, 마리화나와 같이 대마제제로 분류됐다.
땅콩은 러미날, 허브는 대마초를 지칭하는 은어다. 하지만 설문지 어디에도 관련된 설명은 없었다.
조사 결과 '마약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땅콩이 포함된 기타약물 항목 응답자는 164명으로 가장 많았다. 허브가 포함된 대마제제는 31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항목이 조사에 반영되면서 '마약류 경험이 있다'는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8.3%(205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마약 경험 8.3%…허술한 실태조사 대대적 홍보
이에 네티즌들은 "생각 보다 심각하네", "10프로면 미쳤네", "한국도 곧 마약 선진국이 될 전망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땅콩과 허브를 누가 마약인지 알겠냐"며 "기타약물과 마약제제 답변 비율이 가장 높은 것만 봐도 학생들이 은어인줄 모르고 조사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답자 중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항목 응답자를 제외하면 실제 마약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화성지역 학교를 마약소굴로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센터도 조사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태조사 결과 분석 내용을 보면 "기타약제에 대한 사례가 러미날, 땅콩만 언급되어 있어, 이름에 대한 오해의 결과인지, 연구자가 포함하지 못한 다른 항목인지 불분명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실태조사 설문지에 마약류에 대한 조사라고 명시돼 있었고, 학생들이 마약의 정확한 명칭보다 은어가 친숙할 수 있기에 굳이 설명을 달지 않았다"며 "조사 과정이나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