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에서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의 첫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 위원장과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직접 변론에 참석한 가운데 국회가 제기한 탄핵 사유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소추 의결서에는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 및 임명 안건을 의결한 것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기피 신청에도 이 위원장이 의결 과정에 참여해 기각한 것 등이 탄핵 사유로 담겼다.
탄핵 사유 가운데 방통위가 '2인 체제'로 한 의결이 위법한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 국회 측 소추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정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의사결정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인 의결은 불법 의결이고,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며 "임기가 12일 남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맞받았다.
국회 측은 "2명의 위원만으로 의결 등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면 이는 심각한 법치주의의 위배"라며 탄핵 요건을 충족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 근거로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인정한 법원 판결을 들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다수결 원리의 전제 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이 위원장 측은 "정파적 이익을 위한 입법권 남용"이라며 탄핵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제도가 견제와 균형의 수단이 아닌 정치적 무기로서 남용되는 경우에는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견제와 균형이란 정상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탄핵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날 방통위 파행 상황과 관련해 국회 측의 책임도 따졌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회는 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느냐"며 법률 위반이 아닌지 물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방통위원 후보자에서 지난해 11월 사퇴한 이후에도 국회가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하지 않은 점을 들며 국회의 법률상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결국 사퇴하게 만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만 임명하고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형두 재판관도 "국회가 임무를 제대로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국가기관이 이렇게 1년 넘게 기능을 안 해도 되는 것이냐, 그걸 바라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원 후보자로 선출됐지만 7개월 넘게 임명이 지연되면서 후보자직에서 물러났다.
헌재는 다음 달 3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고 방통위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