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체 훼손' 영관 장교 '완전 범죄' 시도 확인

살인과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된 육군 영관 장교 A씨가 4일 춘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사체를 잔혹하게 손괴해 강원 화천군 북한강 변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영관 장교가 '완전 범죄'를 시도했던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2일 살인과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된 육군 장교 A(38)씨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 진급 예정자인 A씨는 지난 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 과천의 군 부대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에서 여성 군무원인 B(33)씨를 노트북 도난방지줄을 이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이후 A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옷가지로 덮어 둔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고 태연하게 전근 발령된 부대로 갈 짐을 정리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쯤 A씨는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기 위해 차를 몰아 부대 밖으로 나섰고 범행 장소로 적합한 곳을 물색하던 중 부대 인근 공사장을 범행 장소로 결정했다. 부대 안팎을 돌며 범행에 쓰일 여러 개의 흉기와 물건들을 구해 온 뒤였다.

이 장소는 이미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곳으로 최적의 범행 장소였다. 실제 경찰이 A씨를 검거한 뒤 압수수색을 벌였을 당시 이미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돼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피의자는 잔혹하게 훼손된 사체들을 비닐에 담아 자신의 차량으로 옮긴 뒤 경기지역 일대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으로 향했다. A씨는 가족과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26일 오전 A씨는 자택에서 나와 다시 부대로 향했고 인근 모처를 돌며 추가로 쓰일 범행을 구하거나 이미 사용한 범행 도구들을 은닉했다.

범행 준비를 마친 A씨는 같은 날 오후 9시가 넘어서야 강원 화천군 북한강 일대에 도착한 뒤 테이프로 꽁꽁 감긴 사체가 담긴 비닐에 돌덩이까지 얹어 강물 아래에 유기했다.

A씨가 범행 장소로 화천을 선택한 이유는 10여 년 전 근무했던 이력이 있어 평소 지리를 잘 알고 있었으며 피해자의 옷가지들은 이곳에서 일부 불에 태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사체 유기 전 화천의 한 편의점을 들르기도 했다.

살인과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된 육군 영관 장교 A씨가 4일 춘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임기제 공무원으로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잦은 말다툼이 시작됐고 A씨는 범행 당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피해자와 다시 다투다 살해할 것을 마음먹었다. 그는 이미 범행을 목적으로 '위조 차량번호판'을 휴대전화로 검색했고 범행 당일 A4용지 두 장으로 만든 가짜 번호판을 자신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 붙여 화천으로 이동했다.

A씨는 범행 중간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폰을 켠 뒤 B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는 등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정황도 드러났다.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피의자 심리 및 행동 분석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사체 손괴 및 유기 범행이 지능적으로 이뤄진 점, 살해의 고의성에 대해서도 일부 계획 범죄의 성향이 보인다는 판단을 내렸다.

A씨는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전날 A씨의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심리가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이의 신청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13일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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