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트럼프와 연결고리 찾기…인맥에 수 년 공들인 덕 볼까

트럼프 1기 때보다는 덜 '당황'…대관기능 강화, 정치자금 기부 확대
가교 역할 경제단체들 발빠르게 축하서한…한경협, 다음달 미국행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국 경제계도 트럼프 측과의 보폭을 좁힐 인맥찾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당시보다 더 강력해질 보호무역주의 체제하에서 인맥관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단체들 미국행…"한국 기업들, 美 일자리 창출 기여" 강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회장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서한을 통해 "한미 양국은 지난 70년간 굳건한 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오고 있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서한에서 "2019년 서울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했던 만남이 떠올랐다"면서"그 후 삼성, SK, 현대, LG, CJ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을 확대해 왔으며, 작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자가 되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칩스법, IRA 폐기 등을 공언해온 만큼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한국 경제단체들은 한국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재계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소통창구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있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다음달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다. 방산업계에 있는 류 회장은 선대 회장부터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가문, 공화당 쪽과 굳건한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행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리는 만큼 관심이 높은데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그룹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때를 계기로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주요 인사들과 만남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도 12월 워싱턴DC에서 우드로윌슨센터와 함께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경제협력 세미나'를 연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을 포함한 방문단은 미국 상원 및 하원 의원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무역협회는 대관 조직을 갖추지 못한 중견기업들을 대변하는 역할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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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경험 반면교사…美 대관 강화, 외교부 출신들 잇단 영입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만 해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재계는 트럼프 쪽 인맥 찾기에 애를 먹었다. 그 때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재계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쪽 인사들과도 계속 교류를 하며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은 해외 대관조직을 승격시키거나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외교부 출신 공무원들 영입에 적극 나서왔다.
 
삼성전자는 미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글로벌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김원경 사장은 외교통상부 한미 FTA기획단 협상총괄팀을 이끌었던 미국통이다.
 
2019년 6월 트럼프 방한 당시, 기업인들과 한꺼번에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일으켜 세워 '투자를 잘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LG그룹은 2022년엔 LG그룹워싱턴사무소를 열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냈던 조 헤이긴을 소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가동하며 대관 인력 규모도 확대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북미 대관 조직인 SK아메리카스를 출범시켰고, 현대차도 '글로벌 정책실(GPO)'을 '사업부'급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과 연원호 전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을 영입했다.
 
이들 기업의 대미 로비 금액도 올해 크게 늘었다.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미국 법인은 올 3분기까지 로비 자금은 569만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로비금액은 역대 최고인 51만달러로 나타났다. SK그룹도 올해 3분기 누적 423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며, 이미 전년 수준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SK그룹 대미 로비 금액. 오픈시크릿 캡처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겪은 이후 기업들이 미국 대관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 투자가 늘어나면서 대관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반도체 보조금이든 관세 정책이든 다 정부랑 기업이 협력을 많이 해야만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이렇게 인맥찾기에 공을 들이는데는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방증하는 한편,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 기업들이 직접 접촉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만큼 글로벌화 됐다는 것도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의 외교 채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읽히는 부분"이라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를 학습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 대미 로비 금액. 오픈시크릿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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