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천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영풍·MBK 연합과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추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총 모집 주식수는 373만2650주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서 취득한 소각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당 발행가는 67만원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은 약 2조5천억원이다. 그중 2조3천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1350억원과 658억원은 시설자금 그리고 타법인 취득 자금에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총 모집 주식 가운데 80%는 일반공모를 실시한다.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세력인 우리사주조합에 신주를 우선 배정함으로써 지분율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성공할 경우 최 회장 측은 약 3%의 추가 의결권을 확보할 전망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현재 지분율은 영풍·MBK 측이 38.47%, 최 회장 측은 35.40%로 3%포인트가량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공모 증자로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에 따라 국민주로서 자리매김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주식 유동성 증대로 주가 불안정성 해소와 주주보호 △자금조달로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강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 등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로 인한 상호 간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유통물량이 크게 감소되면서 주가가 거래일 기준 18일 만에 100% 이상 급등하고, 지난 29일 종가 기준 154만3천원까지 뛰는 등 변동성이 지나치게 심화하는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이번 일반 공모증자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또 "이번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적극 진행하고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이로 인한 기술유출 나아가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 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진에게 영풍·MBK 측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을 보고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발표하지 않았다. 최종 결론은 향후 공시에서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