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맡긴 명품백을 리폼해준 리폼업자는 상표권을 침해한 것일까 고객의 권리를 대신해준 것일까. '상표권 침해'라는 특허법원 판단이 나왔다.
오래된 명품백 리폼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선례가 될 수 있는 판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수선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7~2021년 고객이 맡긴 루이비통 가방을 리폼해주고 한 점당 10만~70만 원의 비용을 받았다. 가방의 원단을 이용해 크기와 형태가 다른 가방이나 지갑 등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루이비통 말레티에 사는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반면 A씨 측은 고객이 주문한대로 가방을 리폼한 뒤 주인에게 돌려준 것에 불과하고 리폼 제품을 제3자에게 판매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은 '상표권 침해'.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특허법원장이 직접 맡는 특허법원 특별부에 배당됐다. 특허법원은 선례적 의미가 크거나 연구 가치가 높은 사건, 사안이 중대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등을 특허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부에서 심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허법원 특별부(재판장 진성철 특허법원장)는 28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행위를 '상표권 침해'로 판단한 것이다.
리폼업자가 영업과 관련해 명품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특허법원은 판단했다. 진성철 특허법원장은 "소비자는 리폼을 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소비자는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리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피고(리폼업자)는 영업으로 리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고 말했다.
리폼 후 제품이 리폼 전 제품과 동일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지만, 이에 대해서도 특허법원은 리폼을 통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생산된 것이라고 했다. 또 중고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표법상의 '상품'에 해당된다고 봤다.
아울러 리폼한 제품이 중고시장 등을 통해 시중에 나왔을 때 본래 루이비통의 제품인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리폼했음', '재생품임', '재활용품임' 등의 표시가 돼야 상표권 침해를 피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수선업체 대표는 상고할 뜻을 밝혔다. 업체 대표는 "이 판결로 인해 가방 리폼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옷을 리폼한다거나 자동차를 튜닝한다거나 이런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가 1대 1로 개인의 물건을 받아 그것을 리폼해주는 것인데, 내 제품을 개인적 용도로 리폼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권리 등은 무시되고 법리적인 해석으로만 판결이 내려진 것 같다"며 실망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