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연기 뒤덮인 미55보급창…주민들 "살면서 본 가장 큰 불"

24일 오후 6시 30분쯤 동구 미55보급창서 대형 화재
다음 날인 25일 오전 7시 25분쯤 초진 완료…잔불 정리 중
도심 한복판 희뿌연 연기 계속 피어올라…어수선한 분위기
인근 주민들 "시커면 연기 굉장했다, 목이 칼칼해"

24일 부산 동구 미55보급창에서 난 불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독자 제공

부산의 미군시설인 55보급창에서 대형 화재가 난 가운데, 다음 날인 25일에도 희뿌연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며 도심을 뒤덮었다. 진화 상황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샌 인근 주민들은 큰 불길을 잡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55보급창에서 화재가 난 다음 날인 25일 오전 10시쯤 부산 동구 범일동 55보급창에서는 큰 불이 잡혔음에도 여전히 희뿌연 연기가 공중으로 피어오르며 화재가 지나간 자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주변 건물 사이로 흩어지면서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55보급창 앞 도로에서는 여전히 경찰의 교통 통제가 진행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긴장을 놓지 못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화재 당시의 긴박감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정환(34·남)씨는 직접 찍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제가 살면서 본 불 중에 제일 큰 불이었다. 시커면 연기가 엄청 올라왔다. 굉장했다"면서 "사람들도 다 나와서 지켜보는데 비슷한 반응이었다. 다행히 바람 방향 때문에 가게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송낙(74·남)씨는 "40층이 넘는 고층에 살다 보니 화재가 났다는 소식에 불안했다. 관리사무실에서 화재가 났으니 창문을 닫으라고 해 다 닫고 진화 작업 하는 걸 지켜봤다"며 "계속 문을 닫고 있다가 아침에 문을 여니 목이 좀 칼칼하다"고 말했다.

24일 부산 동구 소재 미군시설인 55보급창에 불이 난 모습. 독자 제공
 
55보급창 화재는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시작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한때 대응 2단계까지 발령하고 밤샘 진화에 나섰다가 불이 난 지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 25분이 돼서야 큰 불길을 잡고 초진을 선언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길은 부대 내 냉동창고 1층 건물에서 시작됐다. 화재가 나기 전 이곳에서는 배관공사 등의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55보급창은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 SOFA)에 근거한 군사 보안 시설로, 조사 권한은 미국에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경찰과 소방당국의 화인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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