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한소희의 낯선 얼굴, 한해인의 재증명 '폭설'[노컷 리뷰]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스타' 한소희가 아닌 '신인' 한소희는 과연 드라마가 아닌 영화 안에서는 어떤 얼굴을 했을까. 2019년 첫 촬영을 시작한 후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폭설'은 신인 배우 한소희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 그간 보지 못했던 한소희의 얼굴과 함께 한해인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재증명한다.
 
강릉의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는 열아홉 배우 지망생 수안(한해인)은 어느 날 폭설처럼 갑자기 다가온 아역배우 출신 스타 설이(한소희)를 만나 서로 마음을 나누며 특별한 존재가 되지만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
 
어느덧 어른이 되어 어엿한 배우가 된 수안은 설이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겨울 바다로 돌아가서 기억 속 설이를 다시 찾아 나선다.
 
배우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폭설'(감독 윤수익)은 하이틴 스타 설이와 운명처럼 가까워진 배우 지망생 수안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겨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폭설'은 지난 2019년 첫 촬영을 시작한 작품으로, 지금은 톱스타가 된 한소희의 신인 시절 풋풋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영화는 설이와 수안의 사랑을 네 개 챕터로 나눠 보여준다. 영화는 '설이'와 '수안'이라는 두 개의 챕터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수안이 '첫사랑'이라는 처음 만나는 감정에 어떤 혼란을 겪고 어떻게 사랑이라는 온전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다른 듯 보이는 설이와 수안을 이어준 건 '배우'라는 꿈이자 현실이다. 설이는 이미 하이틴 스타이고, 수안은 배우 지망생이다. 설이에게 배우는 현실이지만 수안에게는 여전한 꿈이다. 이처럼 설이와 수안은 닮은 듯 다른 상황에 놓인 존재다.

특히나 어린 수안에게 설이는 첫사랑이라는 것 외에도 배우라는 꿈을 이룬 대상이자 자신만 바라봐 줄 것을 바라는 대상으로서 질투라는 감정을 피어나게 한 상대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은 수안이 설이에게 '멜로 영화'가 아니라 '우정 영화'라며 스스로의 마음과 설이를 향해 다가가는 데 있어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런 수안은 배우가 되면서 설이가 지녔던 현실과 고민을 이해하며 온전히 설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삶을 살아오며 비슷한 듯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또 같은 감정으로 연결된 듯했지만 머뭇거려야 했던 수안이 설이 그 자체를 어떻게 이해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게 바로 전반부다.

이처럼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인 '배우'라는 배경은 현재의 한소희의 모습과 맞물리며 보다 더 가깝게 와닿는다. 마치 지금의 한소희가 가질 법한 불안과 고뇌를 과거의 한소희이자 영화 속 설이를 통해 고백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몰입을 높인다.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전반부 두 개 챕터에서 설이와 수안의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영화는 후반부 두 개 챕터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며 전반부와는 다른 결로 나아간다.
 
앞서 두 챕터에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만, 후반 챕터에서는 이미지적으로 감정을 그려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모호함이 생기고, 이러한 모호함은 오롯이 관객에게 다소 혼란을 안긴다.
 
사랑을 온전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기도 전에 설이와 헤어졌던 수안과 설이는 배우로서의 꿈을 저버린 후에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서 서로를 대하게 된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감독은 영화의 제목인 '폭설' 그리고 바다라는 자연을 가져왔다. 특히 '폭설'이라는 제목은 수안의 사랑인 설이이자, 수안의 마음에 가랑눈처럼 내리다 어느새 폭설이 되어버린 설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폭설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둘의 사랑과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 '폭설'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을 받아들인 둘의 결말은 해무가 자욱한 가운데,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서핑보드에 의지한 채 육지를 찾아 헤엄쳐야 하는 수안처럼 표류하듯 모호하면서도 난해하게 마무리된다. 폭설과 해무, 바다라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수안의 내면이 가시화된 상징인 만큼 이를 마주하는 관객들이 느끼는 혼란은 어쩌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이처럼 '폭설'의 후반부는 그저 흐름에 따라 몸을 맡겨야 한다. 몽환적인 이미지와 감정들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앞선 설이와 수안의 시간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면, 어쩌면 머리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더라도 감정적으로는 '폭설'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는 있을지 모른다.
 
'폭설'은 무엇보다 풋풋했던 4년 전 한소희의 모습, 그리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한소희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영화다. 또한 수안 역의 한해인은 배우라는 꿈과 배우가 된 후의 현실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물론 사랑 앞에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 사랑을 위해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87분 상영, 10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폭설'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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