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반년째 "내수 회복 조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문별 속도차"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10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은 6개월 연속 반복된 표현으로, 이어진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은 전월에 이어 두 달째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 10일 발표했던 'KDI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는 달리 정부는 내수 상황에 대해 보다 낙관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 기재부의 위와 같은 평가는 전월에 나온 그린북의 평가와 거의 같지만 딱 한 곳만 다른데, 지난 8월부터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 앞에 있던 '견조한'이라는 수식어는 이번에는 빠졌다.
우선 물가의 경우 지난 9월 국제유가 하락과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전반적으로 물가 안정세를 유지하며 전년동월대비 1.6% 상승에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42개월만의 1%대 오름폭이다.
추세적 물가흐름을 보여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사용되는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2.0% 상승에 머물러 2021년 11월(1.9%)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었다. 또 다른 근원물가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1.8% 상승에 그쳐 2021년 8월(1.8%)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5% 올라 2021년 1월(0.8%)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다만 밥상물가를 보여주는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 가격 강세(+11.6%) 등으로 3.4% 올랐다.
민간소비는 2/4분기에는 전기대비 0.2% 감소했지만, 8월에는 준내구재(-0.9%) 감소에도 내구재(1.2%), 비내구재(2.7%)가 증가하며 전월대비 1.7% 증가에 성공했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0.8p 떨어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점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9월 수출 규모는 전년동월대비 7.5% 증가한 587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로는 12.9% 늘어난 29억 4천만 달러에 달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생산 부문에 있어서는 건설업이 전월보다 1.2% 떨어지면서 전년동월대비로는 9.0%나 감소했지만,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4.1%나 뛰었고 서비스업도 0.2% 증가에 성공해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증가에 성공했다.
광공업의 경우 반도체(6.0%), 자동차(22.7%), 기계장비(4.5%)를 필두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제조업 출하도 5.7% 증가해 재고 대비 출하비율을 보여주는 재고율도 4.6%p 떨어졌다.
서비스업의 경우 정보통신(-4.3%), 금융·보험(-2.0%), 부동산(-2.0%) 등 업종에서 감소했지만, 숙박·음식(4.4%), 도소매(3.0%), 예술·여가(9.0%) 등이 증가하여 개선세를 유지했다.
다만 2/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보다 1.2% 감소한 데 이어, 8월 기준으로는 기계류(-1.0%)와 운송장비(-15.4%)가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5.4%나 뚝 떨어졌다.
건설투자도 2/4분기 1.7% 감소했고, 8월 기준으로는 토목공사가 2.4% 증가에 성공했지만 건축공사 실적이 2.4% 감소해 전체 건설 투자가 1.2% 후퇴했다. 기재부는 "건설수주 증가는 중장기 건설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나, 낮은 수준의 아파트 분양물량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를 알려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떨어져 6개월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1p 떨어져 보합에 그쳤던 전월과 달리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한편 기재부는 해외 상황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제는 교역 개선,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으로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역별로 회복속도에 차이가 있다"며 "러-우크라 전쟁·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