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씨엔블루, 끝내 '승리하는' 밴드로 나아가기[EN:터뷰]

밴드 씨엔블루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미니 10집 '엑스'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씨엔블루 공식 트위터

데뷔곡 '외톨이야'가 대히트하면서 신인 때부터 주목받고 인기를 끌었지만, 밴드 씨엔블루(CNBLUE)는 꽤 오랜 시간 '증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창과 연주를 '라이브'로 보여줄 자리가 너무 부족했던 탓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며 때를 기다렸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씨엔블루의 미니 10집 '엑스'(X)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씨엔블루는 '15년 차' 밴드로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전했다.

여전히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질문에 정용화는 "음악방송 외에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건 '유희열의 스케치북' '김정은의 초콜릿'밖에 없었다. 그때는 유튜브가 활발하지 않았다. 저희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라이브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운데 우리를 데뷔 초창기부터 너무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씨엔블루의 미니 10집 '엑스'는 14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해외에서 투어 더 열심히 해서 유명해지면 라이브 보여줄 기회도 많아지고, (팀이) 더 커지면 우리가 더 이끌 수 있을 거야, 했다. 밴드로 월드 투어한 건 씨엔블루가 최초로 했다. 도전하려고 했고, 돌아왔을 때 진짜 보여줄 여건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유튜브 등 보여줄 데가 많아서 오히려 이제야 진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너무 설렌다. 신인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 좋은 시선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정용화는 "사실 업계에서는 오히려 반겼던 것 같다. 댄스그룹이 너무 많은데 밴드 아이돌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밴드도 잘될 수 있구나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저희도 어리고 힘이 없었다. (사정상) 핸드 싱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비난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조금씩 바꿔가면 되지, 길게 봤을 때 승리하는 그룹이 되자' 하면서 차근차근 다져갔던 것 같다. 스무 살 초반일 때 저희도 상처를 받다 보니까 '우리 진짜 밴드를 대중화시키자' '이런 그룹도 좀 더 사랑받을 수 있게 우리가 더 노력하자'라고 했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음악방송에서 라이브를 하고, 시상식 생방송에서도 '우린 라이브를 하겠다' 하는 어떤 움직임이, 우리 안에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씨엔블루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온 지 몇 년 된 노래를 '역주행'시키고 신곡도 사랑받아 음원 차트에서 활약 중인 데이식스(DAY6)를 필두로 국내 음악 신에서도 '밴드'를 향한 주목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밴드 붐'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나온다. '15년 차' 씨엔블루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정신은 "되게 반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15년 동안 갈고 닦았던 저희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을 거다. 2024년에는 록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 나가기 시작하면서, 저희도 TV에서 보던 씨엔블루가 하는 느낌보다는 좀 더 '라이브'한 무대가 많아지지 않을까 되게 기대하고 있다. 밴드 붐이 온다고 해서 저희한테 득 되는 건 없다고 본다, 저희가 잘해야지. 이참에 앨범도 나오고 되게 시기가 좋은 거 같다"라고 답했다.

최근에서야 국내 음악 페스티벌에 나가기 시작한 씨엔블루. 연차에 비해 꽤 늦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용화는 해외에서 성공하고 돌아오면 "국내에서도 니즈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는 꼭 라이브를 해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한 탓일까, '어차피 씨엔블루는 불러도 안 올 거야' '씨엔블루는 비쌀 거야'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씨엔블루 강민혁.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투어를 돌다 보면 금세 연말 시상식 시기가 됐다. 나이가 들어 군대에 갔고, 너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계략이 틀렸던 것 같다"라고 웃은 정용화는 "일단 (우리 무대를) 보여주면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라이브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어떻게 보면 진짜로 해외에서 많은 아티스트들도 보고 큰 무대에 많이 서봤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노하우가 분명히 있다, 우리는"이라고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완성될 수 있을 때 보여줄 수 있어서 더 좋은 거 같다"라는 정용화는 "(해외 투어 덕분에) 다른 언어로 해외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 하니까 너무 편한 거다.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 즐기면서 하는 게 잘 통하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이정신도 "지금은 페스티벌 가도 임기응변 능력도 강하기도 하고 라이브 세팅이 좀 엉망이어도 잘 대처하는 법도 알고 지금 이렇게 나온 게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이다. 대학 축제는 많이 안 해봤지만 씨엔블루를 안 잊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 많구나, 나름 히트곡이 있는 게 되게 장점이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라고 맞장구쳤다. 최근 다녀온 부산 록 페스티벌도 반응이 뜨거워서, 2025년엔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씨엔블루 이정신.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강민혁은 "밴드 붐이 왔다고 해 주시고, 많은 밴드가 나오는 건 음악 문화의 발전 (덕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를,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 환경이 구성돼 있고 밴드들의 라이브 환경도 좋아졌다. 2010년 '외톨이야'로 데뷔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정말 문화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산업 성장도 컸고"라고 밝혔다.

'라이브'에 관한 인식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강민혁은 "2013년에 앨범 나왔을 때 사비 들여서 음악방송에서 (연주까지) 라이브 했지만, 어떻게 보면 시기상조였다. 그땐 라이브인지 아닌지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다양한 장르 밴드가 페스티벌에 나오고 인기를 얻는 데에는 음악 산업의 성장이 엄청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전했다.

'길게 봤을 때 승리하는' 밴드란 어떤 것일까. 정용화는 "해외 밴드들이 너무 멋있다.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되게 리스펙(존경)을 받고 공연 자체도 너무 잘되고, 그냥 오래된 옛날 그룹이란 느낌보다는 '아, 진짜 밴드는 오래되어도 멋있지' 하는 느낌을 주지 않나. 한국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며 "밴드 음악은 와인처럼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멋있는 음악을 한다는 그런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씨엔블루 이정신, 정용화, 강민혁.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궁극적으로는 '밴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두루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정용화는 "우리 위로도 너무 멋진 선배님들이 많다. 그 선배님들 설 수 있는 자리도 꼭 있었으면 좋겠고, 밴드가 붐이라고 해서 더 새로운 그룹이나 신선한 그룹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모든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 잘 보이고 싶고 계속 멋있고 싶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음악도 똑같아요. 그냥 사실 저희가 되게 싫어하는 느낌이 뭐냐면, '오래돼서 멋있다'라는 거예요. 그 느낌보다는 '오래되어도 멋있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항상 더 새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정용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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