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85)씨는 11일 "한강은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라고 딸을 소개하며 "너무 갑작스러웠다. 가짜뉴스인줄 알았다"고 딸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승원 작가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 한승원 문학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면서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인 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고 말을 꺼냈다.
한 작가는 딸이 기자회견을 사양한데 대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소식을 전해듣고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면서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딸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내비쳤다.
한승원 작가는 언론사 취재기자로부터 수화기 넘어로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당시 취재기자에게 "무슨 소리냐,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회상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딸의 작품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신춘문예에 등단한 '붉은 닻'은 제목·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에게 상을 줬다"며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고 웃음지었다.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쳤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며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훌륭한 딸이다"고 했다.
한승원 작가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딸인 한강 작가를 정의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전남 장흥 출신 문인으로 지난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딸인 한강 작가와 함께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하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지난 1996년부터 장흥 율산 마을에 집필실인 해산토굴을 마련해 고향의 바다와 바닷길을 소재로 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