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억제 방안을 쏟아내면서 증가폭이 다소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은행의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5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8월 증가액은 9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면, 증가폭은 8월 8조2천억원에서 9월 6조2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효과에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노력, 대출 규제를 앞둔 선수요·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증가 규모가 상당폭 축소됐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 증가는 지난 8월 7천억원에서 9월 6천억원이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여름 휴가철과 주식투자 자금 수요 등에 따른 전월 일시적 증가 요인이 해소되고, 추석상여금 유입과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등으로 감소 전환했다. 8월 1조1천억원이 증가했지만, 9월에는 전월보다 5천억원 줄었다.
9월 금융권 수신은 은행이 9월 18조9천억원 늘어 전달(21조5천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유입 등으로 수시입출식예금이 전월에 이어 상당폭 증가(+13.6조원 → +11.0조원)했고, 정기예금은 만기도래 확대에도 은행들의 예금유치 노력 등으로 증가 흐름(+14.1조원 → +6.3조원)을 이어갔다.
자산운용사는 14조6천억원이 감소해 전월(9천억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MMF(-7.6조원 → -19.3조원)를 중심으로 감소폭이 컸다.
9월 기업대출은 4조3천억원이 증가해 전월(7조2천억원)에 비해 증가 규모가 상당폭 줄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금리 인하에 따른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일 우려가 있지만, 고금리에 따른 민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됐다"며 "따라서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위험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 인하 속도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