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은 의대에게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주겠다'는 내용의 법령 개정에 나서자 의대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대 교육의 질을 포기하고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교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육부의 법령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학교육 부실조장 시행령 개정 철회하라', '의평원이 망가지면 부실의사 양산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의평원 무력화 시행령을 국감에서 따져보자"고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경찰 추산 350명이 참석했다.
앞서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의평원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의대에 불인증 평가를 내리더라도 즉각 처분하지 않고 1년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대규모 재난으로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교육 여건이 저하된 경우, 인정기관인 의평원이 불인증 전 최소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한다'는 특례 조항과 함께 대학 인정기관이 평가 및 인증 기준을 변경할 때 반드시 사전에 예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평원 무력화가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무능한 의사를 배출할 우려가 있다며 의학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비 최창민 위원장은 "의평원은 의대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부는 의대를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국회는 시행령 개정을 막고 의평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도 "정부가 2천명이라는 감당하지도 못하는 어려운 수준의 정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학교육평가원의 무력화를 통해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 의료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에서 18년 간 해부학 강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부산대 의대 오세옥 비대위원장은 "올해 유급이 확정된 지방 의대생 2천 2백명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5천 9백명을 교육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사 양성이 마치 싸구려 공산품을 만드는 것 같이 치부하면서 몰아붙이고 있다. 교육 여건을 반영한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를 무시하고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규정 개정으로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도 2025년부터 당장 중단하고 다시 논의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