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욕설 등의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한 피해 사례가 지난해 연간 7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21% 증가한 수치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실 폭행 등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가 응급실에서 의료행위 관련 폭행 등의 피해를 본 사례는 2021년 585건→2022년 602건→2023년 707건 등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역시 올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만 해당 사례가 36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응급실에서 벌어진 의료인 피해사례(707건)를 행위유형별로 살펴보면, '폭언·욕설'이 과반인 457건(6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행' 220건(31.1%) △'협박' 51건(7.2%) △'기물 파손' 34건(4.8%) △'위계·위력 행사' 17건(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파악된 피해사례(360건) 또한 '막말'의 비중이 최다치를 기록했다.
의사·간호사 등을 상대로 한 '폭언·욕설'이 243건으로 절반 이상(67.5%)이었고, 폭행(82건), 협박(21건), 기물 파손(9건), 위계·위력 행사(6건)가 뒤를 이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제12조는 누구든지 응급의료 종사자(의료기사·간호조무사 포함)의 진료를 폭행과 협박, 위계나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시설·기재·의약품 및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응급실 내의 폭력 발생, 또는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는 응급실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기도 하다.
현행법상 같은 법 6조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응급의료를 요청받았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즉시 응급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관련 지침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이 일어나거나 그럴 상당한 우려가 있다면 진료를 거부·기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응급실 내 의료진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은 여전히 빈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홧김에' 경찰 신고를 당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도 적지 않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8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홀로 당직을 서고 있는 현장상황을 전하며, 입원 수용을 거부당한 한 환자 보호자가 눈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일을 토로했다.
남궁 교수는 "아무리 정신 나간 자가 하는 행동이어도 대단히 모욕적이다. 응급실이 터져나가는 와중에 경찰이 와서 그의 하소연을 들었고, 나를 조사했다"며 "나는 저지르지도 않은 일의 주동자가 되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보호자가 소리를 지르자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미애 의원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 등을 폭행·협박한 경우 현행법상 엄하게 처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의료환경 안전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