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만 가득한 변방이었던 시흥시가 세계적 바이오 산단을 만들 국가자격증을 따냈습니다."
임병택(더불어민주당‧50) 경기 시흥시장이 '최신' 성과로 바이오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꼽았다. 지난 6월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으로 새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했다는 것.
배곧경제자유구역, 월곶역세권을 비롯한 정왕부지(개발제한 해제 예정) 등을 대상으로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생산‧R&D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게 임 시장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아일랜드 국립바이오센터인 나이버트나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 부럽지 않은 'K-바이오'의 중심에 서겠다는 목표다.
"과거 우리나라가 포항제철소로 가난을 극복했듯, '시흥바이오제철소'가 대한민국 미래경제를 이끌게 될 겁니다."
굵직한 신성장 비전을 제시한 그는 '2년 뒤'에 관한 물음에 일찌감치 "한 번 더"를 외쳤다.
임 시장은 지난 1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선 7~8기에 걸쳐 밑그림을 그려 온 청사진을 완성하겠다"며 3선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임병택의 '뚝심', 국가 바이오 품고 K-골든코스트 '진화'
'시흥바이오'는 임 시장이 공들여 온 이른바 K-골든코스트와도 맞닿아 있다. K-골든코스트는 시흥의 서쪽 허리를 파고든 15㎞ 해협을 따라 해양관광벨트를 조성하는가 하면, 기존 굴뚝 연기로 상징되던 지역 산업체계를 의료·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혁신 프로젝트다.
그는 "해양 관광과 스포츠, 전시 시설 등이 중심이던 K-골든코스트가 바이오 산업까지 품으면서 획기적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라고 힘을 줬다.
지금의 성과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이 부흥기를 맞았지만, 이미 관련 산업기반이 튼실한 대도시에 번번이 양보해야만 했다. 정부에서 주도한 K-나이버트부터 바이오 캠퍼스, 독일 머크사 유치까지 연거푸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러고도 바이오 국가산단 유치전에 총대를 멘 임 시장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시청 안팎에서는 '바이오팔이냐', '시장이 미쳤다'는 소리도 들렸다고 한다. 그는 "미쳤던 건 맞다"면서도 "도전정신과 간절함으로 올인 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임 시장은 "국가산단 발표된 뒤 첫 간부회의를 하는데 울컥했다"며 "세계 1위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라는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고 설렜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곧시장'은 억측…"권역별 균형발전 계속 박차"
이 같은 발전 구상들이 거북섬과 배곧 등 '서남부권에만 쏠린 것 아니냐'는 지역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동북부권에도 지역 상황과 특색에 맞춰 여러 활성화 사업과 기반시설 확충 등이 병행돼 왔고,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곳을 중심으로 한 서남부권 개발에 관심이 집중됐을 뿐이라는 취지다.
그간 시는 은계호수공원 중심으로 대규모 음악분수대와 산책로 등 힐링 시설을 확충하고, 계절별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신안산선 매화역 설치가 예정된 매화산단 인근에는 3기 신도시와 연계한 자족기능 강화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임 시장은 "은계지역을 버스킹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일부 시의원들 반대에도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북부에 들어올 매화 전철역에도 시장 권한으로 쥔 예산 중 상당 부분을 편성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흥시 예산으로 지방채 발행까지 준비하며 1600억 원짜리 매화역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며 "지역별 체질에 맞춰 정책사업을 펼치는 것이지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시흥발전 위해 전·현직 경기도지사와 양다리 동행"
6년 전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너무 나선다고 할까봐 인터뷰도 잘 안 한다"던 임 시장은 모처럼 중앙정치에도 메시지를 던졌다. 당내 대권주자이자 '두 형님'인 이재명 당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지지세력 간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이 엄동설한에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고 본다"며 "모두 우리 당의 자산인 만큼, 지지자들이 서로 칼을 겨눠서는 결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 시장은 경제난과 의료대란 등 힘든 정세 속에 도청이 수차례 압수수색 받고, 전·현직 도지사에 대한 갈라치기가 지속돼 온 현실을 개탄하면서 둘의 '어깨동무'를 제안했다.
그는 "이 대표가 수사 받느라 어려울 때 김 지사와 주변 분들이 힘을 보태고, 반대로 김 지사가 도청 수사를 받을 때 이 대표 측근들도 같이 나와서 싸워줬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웃으면서 토론하고 감싸주는 제스처가 있다면 '시너지 정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내 이견들이 있으면 이를 합리적 논의로 포용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다시 민주당을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이기도 했다.
임 시장은 "정치는 과학적 테크닉보다 그것을 뛰어넘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대표가 지사였을 때도, 김 지사가 있는 지금도 시흥시장이다. 형님들 중 누가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우리 지역엔 더 없이 좋은 일"이라며 "장점이 많은 분들"이라고 했다.
실제 임 시장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 대표‧김 지사와 함께 지역 내 현안사업들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며 줄곧 손을 맞잡아 왔다. 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멤버 출신이면서도, 친이재명계 인사들과의 관계도 두텁다는 평가다.
'누구와 더 가깝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굳이 표현하면 양다리"라고 답했다. 한 도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두 거물급 정치인들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동행'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임 시장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줄'을 서는 건 옳지 않다"며 "시장은 기본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행정가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