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토대지진 101주년을 맞은 1일 조선인 대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식이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서 실행위원회 미야가와 야스히코 위원장은"우리는 지금 과거의 비참한 역사에서 도망치지 않고 역사를 확실히 응시하려 한다. 이번 추도식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비참한 과거를 망각하지 않으려는 행사"라고 밝혔다.
실행위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외면하고 올해까지 8년 연속으로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를 비판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지만 이후에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송부를 거절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조선인 학살 사실 조사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 "정부 내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기도 하는 등 여전히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은 도쿄와 요코하마 등 일본 수도권이 포함된 간토(관동) 지방을 강타했다. 이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했는데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널리퍼졌다.
이 소문으로 약 6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일본 자경단원, 경찰, 군인 등의 손에 무참하게 살해됐다.
2008년 일본 내각부 중앙방재회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지진 당시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각지에서 결성된 자경단이 일본도와 도끼, 쇠갈고리 등으로 무장한 채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심문하고 폭행을 가해 살해했다"고 당시 상황이 전해진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도 이날 도쿄 신주쿠구 주일한국문화원에서 별도로 '제101주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연립 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 일본 정계 인사를 포함해 290여 명이 참석했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추념사를 통해 "불행한 참상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겸허히 직시하고 성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집권 자민당 출신 총리로 처음 간토대지진 추념식에 참석했는데 "일본 사람들은 아쉽게도 사실 (학살에 관한) 사실을 잘 모른다"며 "옛 아픔은 아픔으로써 여기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