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번 한동훈…'채상병 특검법' 딜레마에도 협상력 높이려면

이재명, 코로나19 확진…회담까지 시간 벌게 된 與野
韓 '금투세 폐지' vs 李 '25만원 지원금'…접점은 '지구당 부활'
'채상병 특검법' 딜레마 발목 잡힌 韓…'제3자 추천 발의' 공약 지키기 어려워져
당내 반발에 '공수처 수사 우선' 수정 기류…'민생 정책' 선택과 집중해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오는 25일 예정됐던 여야 당대표 회담이 연기됐다. 이 대표는 22일부터 5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입장에선 일주일 정도 시간을 번 셈이다.

한 대표로선 실무 협상 단계에서 멈춰 있는 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더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당 장악력 측면에서 이 대표에 비해 상대적인 입지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협상력을 키울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취임 이후 당 대표로서의 역량을 평가 받는 첫 무대인 만큼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선 생중계 등 형식에 집착하기보다 충실한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가능하다. 용산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서 중재 가능한 민생 관련 정책에 주력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채 상병 특검 법안은 당초 공약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韓 '금투세 폐지' vs 李 '25만원 지원금'…의제 '격차' 줄일 수 있을까

한 대표는 양당 대표 회담 주요 의제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택하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는 이제 더는 정말 이룰 수 없다"며 민주당을 향해 "적어도 내년 1월 1일에 금투세가 시행되는 일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리 서로 합의하고 그 결정을 공표하는 것이 국민,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주최한 금투세 폐지 간담회에도 참석해 "연말이나 가을까지 가면 늦고, 지금 해야 한다"면서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완화까지는 양보할 순 있지만 '폐지'는 어렵다며 선을 긋고 있다. 또 금투세 폐지·완화 수준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만큼, 해당 의제를 다루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금투세가 양측의 중도층 겨냥 전략에서 공통점이 있는 이슈라면 본격적인 '민생' 정책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극한 정쟁의 양측인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민생 법안을 중재해낼 수 있다면 역량을 보여줄 기회다. 일례로 최근 민주당은 중도층 '우클릭' 정책 일환으로 상속세 완화 논의에 착수했는데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협상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이 제기된다.
 
한편 민주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이다. 윤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이 법안은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자 22대 국회 민주당 당론 1호 법안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현금성 '포퓰리즘'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만 한 대표는 '격차해소'를 시대정신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협상안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조경태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은 "25만원 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며 민주당 안(案)을 대체할 선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이 의견을 모은 의제로는 '지구당 부활' 정도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지구당 부활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에 앞서 지구당 부활에 긍정적인 의견을 폈던 이 대표도 지난 18일 당 대표 당선 수락연설에서 한 대표를 향해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지구당 부활' 문제라도 우선 논의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동훈, '공수처 수사 무관 특검 발의' 약속 저버리나

윤창원 기자

양당 대표 회담에서 가장 핵심이자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의제는 '채 상병 특검법'이다.

한 대표의 '채 상병 특검법 딜레마'는 지난 6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공약이 발단이 됐다. 한 대표의 이 같은 공약은 당내에서 '여당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특검을 직접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로 큰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내부 분열을 겨냥한 듯 최근 한 대표의 제3자(대법원장) 추천안(案)에 더해 최근 한 대표가 추가로 제안한 '제보 공작' 의혹도 받을 수 있다며 한 대표에게 '채 상병 특검법'을 직접 발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한 대표를 향해 "26일까지 조건을 달지 말고, 토를 달지 말고 특검법을 발의하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데도 당내 설득에 진척이 없자,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한 대표의 약속과는 전면 배치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 수사가 마무리되면 당내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 수사 상황을 고려해 보면 9월쯤에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물론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결과와 특검을 별개 변수로 얘기를 했지만, 시간상 (수사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 맞물려 간다면 당내 논의도 충분히 가능한 시점이 온다"고 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다른 의원도 "지금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지 않나"라며 "설득하기 적절한 시점을 공수처 수사 이후로 보고 그때는 당에서도 동요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공수처 수사를 특검법 발의 조건으로 걸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이재명 대표와의 협상에서 가장 높은 난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것은 여당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한 대표가 그런 근거(공수처 수사 완료)를 갖고 시간을 끌게 되면 자신의 주장을 저버린, 자가당착(自家撞着)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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