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은 왜 비판들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19개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은행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폭증하는 가계대출을 조이려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근 한 달 반 사이 4~5차례씩 연달아 인상하고 나섰는데, 은행장들의 면전에 돌아온 것은 금융위원장의 싸늘한 지적인 셈이다.
시장금리가 금리인하 기대감에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거꾸로 올리면서 결국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 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모델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건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차원이었다"며 "왜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며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한 과정을 언론에 밝히긴 곤란하다"고 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이날 김 위원장과 첫 간담회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추가적인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며 엇박자를 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잇따라 대출 금리 상향이나 감면 금리 축소 등 방침을 내놨다가 부메랑을 맞은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잇딴 사고에 대해서도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달 안에 여신금융업(22일), 보험업(28일), 증권업(29일)과 간담회를 갖는다. 9월에는 저축은행업(2일), 자산운용업(5일), 상호금융권(9일)과 만난 뒤 금융지주사(11일)와 일정을 잡아뒀다.
금융지주 회장단과 상견례로 간담회 일정을 시작하지 않고 맨 뒤로 밀어뒀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