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과정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에 조직적인 외압이 가해졌다는 이른바 '세관마약 수사외압 논란' 관련 국회 청문회가 20일 열린다. 청문회 주요 쟁점으론 '용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꼽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관마약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으로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은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서울경찰청 수뇌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세관 관련 진술을 확보한 직후인 9월 13일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에게도 사건이 보고됐지만, 이후 9월 20일 영등포서장이었던 김찬수 총경(현재 대통령실 근무)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김 총경은 '용산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
이후 10월 5일에는 서울청 수뇌부가 언론브리핑에 쓰일 보도자료에서 세관 연관 단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실제로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은 모두 빠졌다. 당일 오후엔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 백 경정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경정은 이튿날인 10월 6일엔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까지 자신을 찾아와 '저희 기관에 대해 언급 안 하면 안 되는가'라는 취지로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인천공항세관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론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기관 차원의 요청을 한 것"이라며 수사팀을 찾아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외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청문회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 조병노 경무관,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는 무엇보다 '용산 심각' 발언이 꼽힌다. 백 경정은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까지도 보고돼 칭찬을 받았던 세관마약 수사가 9월 20일 김찬수 당시 영등포서장의 '용산 심각' 발언 이후 외압이 시작됐다고 주장 중이다. (관련기사: [단독]경찰청장 칭찬한 '세관마약 수사'…"용산 심각" 발언 후 외압)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발언을 듣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것이다.
경찰 수뇌부는 조직적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조병노 경무관과 관련해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하면서 (사건을 수사하던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한 것은 부적절하고, 조직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 경무관 인사는) 좌천성 인사가 아니라 좌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조 경무관은 최근 수원남부경찰서장에서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이동했다.
한편 백 경정의 고발로 수사를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백 경정의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과 상당 수의 녹음파일을 확보해 그가 주장한 관계자 발언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