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수 펑크'를 부른 주요 원인인 법인세 진도율이 올해 상반기에도 40%조차 못 미치면서 관련 집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 지방세 진도율 역시 시도 17곳 중 10곳에서 지난해보다 하락해 '세수 펑크'가 다시 이뤄질까 우려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법인세 진도율은 39.5%다. 1년 동안 걷힐 것으로 예상한 법인세 수입 77조 7천억 원의 39.5%인 약 30조 7천억 원만 상반기에 걷었다는 뜻이다.
통상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내는 3~5월에 60% 가량 걷히는데, 올해 법인세 수입은 이보다 20%p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법인세 진도율은 기재부 재정동향과 열린재정에서 관련 통계가 확인되는 2014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대 '세수펑크'가 났던 지난해에도 상반기 법인세 진도율은 44.5%에 달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 국세수입 진도율은 올해(45.9%)가 작년(44.6%)보다 소폭 높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지방세 진도율이 작년 상반기보다 하락한 곳은 서울, 인천, 광주, 세종, 경기, 충남, 경북, 전북, 전남, 제주 등 10곳이었다.
서울은 상반기까지 지방세를 11조 원 걷어 올해 세입 예산(28조 4천억 원) 대비 진도율이 38.9%였다. 작년 상반기보다 1.2%p 낮은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1조 2천억 원을 걷어 연간 실적(28조 원)의 40.1%를 걷은 바 있다. 올해 세입 예산을 지난해 실적보다 더 높게 잡았는데, 정작 상반기까지 실적은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역시 상반기 지방세 수입은 12조 4천억 원으로 진도율(44.2%)이 작년 상반기(46.9%)보다 낮았다.
올해 상반기 진도율이 작년보다 낮은 곳 중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시도는 전남이었다. 전남은 1조 9천억 원을 걷어 진도율이 48.7%로 지난해 상반기(56.2%)보다 7.5%p 낮아 가장 차이가 컸다.
이에 따라 시도 17곳의 상반기 지방세 수입은 50조 6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8천억 원(3.3%) 감소했다.
이처럼 지방 세수가 감소한 이유는 법인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4개월 이내(연결법인 5개월 이내)에 지방소득세의 형태로 세금을 낸다.
법인 실적의 감소가 국세 수입뿐만 아니라 지방 세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법인세 수입은 8월 중간예납을 기점으로 소폭 회복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로 3월에 한푼도 내지 않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중간예납에는 가결산한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법인세 중간예납이 시작되면서 51만 7천 곳의 12월 결산법인은 다음 달 2일까지 법인세 중간예납 세액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중간예납은 올해분 세액 일부를 미리 내는 제도로, 기업은 지난해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거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가결산한 세액 중 택해 낼 수 있다.
대신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기업은 반드시 올해 상반기 가결산 세액으로 내야 한다. 작년 산출세액이 '0원'이라는 이유로 중간예납에서도 세금을 회피할 수 없도록 막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지난해 영업손실로 올해 3월 법인세를 내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월 중간예납에서는 상반기 가결산으로 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AI(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올해 상반기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에 법인세 중간예납 규모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상반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일부 에너지 기업이 올 1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비상장기업은 지난해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 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비상장·중소기업의 세액 자체가 크지는 않아도 기업 수가 많기 때문에 법인세 세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8월 중간예납까지 지켜본 뒤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 중간예납 외에도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도 제2의 세수 펑크를 막을 동아줄이다. 소비 증가와 환급 감소 등으로 최근 부가세 수입이 늘고 있고, 상반기 기업실적 개선으로 성과급을 주는 회사가 늘어 하반기 근로소득세 수입도 증가할 전망이다.
향후 지방세 수입에는 재산세 9월 정기분 등이 변수로 꼽힌다. 공시가격이 소폭 상승해 재산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52% 상승했다.
지방소비세와 연동되는 부가가치세의 호조,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취득세 증가 등도 변수로 꼽힌다.
양부남 의원은 "국세 감소에 따른 보통교부세 2년 연속 감소 우려에 지방세수 감소까지 지자체의 재정 어려움이 심화할 수 있다"면서 "중앙정부는 지자체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지자체가 주민 행정서비스 등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대책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