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대응은 하이브에서 먼저 시작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수립했고, 회사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민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약 8시간 반 동안 조사받았다. 일관되게 '경영권 탈취 생각도 없고 실행하려 한 적도 없다'라고 밝혀온 민 대표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도 배임 혐의는 "제 입장에서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려는 하이브에게 방어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양쪽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민 대표를 해임하는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약상 의무를 하이브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이런 의무를 위반할 경우 배상금 200억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해임 방어에 성공한 민 대표는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하이브에 화해하자고 제안했으나, 그간 하이브 및 산하 레이블과 민 대표의 사이는 더 꼬여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사이가 더 불편해졌다.
민 대표가 뉴진스의 제작 포뮬러를 가져가 '카피'(복사)했다고 주장하며 거론한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은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민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지난달에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는 27분짜리 반박 영상을 공개하고, 민 대표 대상 민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알렸다. "아티스트와 빌리프랩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는 게 빌리프랩 설명이다.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이자 르세라핌(LE SSERAFIM)의 소속사인 쏘스뮤직은 민 대표에게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달 제기했다.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를 직접 캐스팅했다는 주장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겼다는 주장 △쏘스뮤직이 뉴진스 멤버들을 방치했다는 주장 등이 소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3가지는 모두 민 대표의 첫 번째 기자회견(4월 25일)에 등장한 내용이다.
어도어는 디스패치의 보도를 "추측에 기반해 재구성된 허위 사실"이라며 "보도에 나온 내부 회의록, 업무분장, 개인적인 카카오톡 내용 등은 하이브와 쏘스뮤직의 취재 협조와 허위 내용의 전달 없이는 다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 대표를 비방하는 보도 내용 및 자료를 제공한 하이브와 이를 기사화한 매체의 한심함을 넘어선 비도덕적 행태를 비판하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법적 조치 예고 바로 다음 날인 24일, 민 대표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하이브 박지원 대표이사, 임수현 감사위원회 위원장, 정진수 최고법률책임자,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 박태희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등 5인을 고소했다. 혐의는 업무 방해,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이다.
이미 형사·민사 고소를 진행 중인 쏘스뮤직은 민 대표를 상대로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어도어가 디스패치 보도를 반박하며 쏘스뮤직이 민 대표의 론칭 전략 상당 부분을 카피(복사)했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 사실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하이브는 현 박지원 대표가 물러나고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가 새 대표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과 조직의 변화 방향성은 이미 오랜 기간 숙고하며 논의를 해 온 사안"이라며 이재상 내정자를 두고 "하이브의 비전/미션/핵심 가치를 계승하면서 국내외 사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2018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한 이 내정자는 하이브에서 CSO를, 하이브 아메리카에서 COO(운영총괄책임자)와 대표를 맡았다. 하이브가 민 대표 측 인사를 해임한 자리에 어도어 새 사내이사로 선임한 인물이자, 지난해 SM 경영권 인수전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