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상용화로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이 '순환경제·친환경' 신산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배터리 사용 전 주기에 걸쳐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인프라 구축방안'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후속조치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통상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가칭)'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등 주요 제도를 규정할 예정이다.
관계부처 협업이 필요한 주요사항을 심의·조정할 정책위원회도 신설한다. 세부 운영사항은 '친환경산업법',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 '자동차관리법' 등 관계부처 소관 개별법 개정과 공동고시 마련을 통해 규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66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2020년 13만 4962대로 빠르게 증가, 올해 5월 기준 59만 1597대에 달한다. 이에 폐배터리 배출량도 지난해 2355개에서 내년이면 8321개로 늘어, 2030년이면 10만7500개의 폐배터리가 배출될 걸로 환경부는 추정한다.
그러나 사용후 배터리 활용·관리를 위한 법·제도 기반은 미비한 상황이다. 앞서 2020년까지 등록된 전기차는 사용후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했지만, 2021년 이후 등록된 전기차에 대해서는 배터리 반납 의무가 폐지된 바 있다.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적 가치도 정부가 육성에 나서는 이유가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제조·재사용으로 2차적인 산업을 형성할 수 있고, 핵심 광물을 추출해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활용, 산업으로 육성할 법·제도 마련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은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운행과 폐차, 사용후 배터리 순환이용까지 전 사용주기에 걸쳐 이력정보를 관리하고 민간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배터리 자원순환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정부는 배터리 공급망 관리, 거래 활성화, 안전관리 등을 위한 정책수립뿐만 아니라 투명한 거래정보 제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오는 2027년까지 이력정보를 신청·공유할 통합포털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원료 인증제는 사용후 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을 신품 배터리 제조 시 얼마나 투입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글로벌 통상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인데, 일례로 2031년부터 대 유럽연합(EU) 수출을 위해서는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이 의무화된다.
구체적으로, 환경부가 재활용기업이 배터리를 재활용해 생산한 유가금속을 재생원료로 '생산인증'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신품 배터리 내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확인해 '사용인증'해주는 식이다. 이는 향후 우리 수출기업의 인증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사용이 종료됐을 때 배터리를 떼어내지 않은 상태로 사용후 배터리의 등급을 분류하는 것이다. 재제조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폐배터리를 최대한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내년에 성능평가 기술과 장비 보급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뒤, 도출되는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해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산업의 안전성·공정성·투명성을 뒷받침하는 유통체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유통 전 안전검사 및 사후검사 도입 등 안전관리 체계를 법제화하고, 세부 운송·보관기준도 마련한다.
민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원칙으로 하되, 불공정행위를 방지할 '공정거래 가이드라인'도 나온다. 관련 사업자의 전문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사업자 등록제도 도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