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제재에 '해외 공장건설'·'시장 다변화'로 응수

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찬푸 BYD 회장(오른쪽)이 튀르키예 현지에 새 공장을 짓는 내용의 협약에 메흐메트 파티흐 카즈르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장관과 함께 서명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기지를 해외에 건설하고 제3 시장 개척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고율관세 우회해 해외공장 건설에 속도전

9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는 튀르키예에 오는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왕찬푸 BYD 회장은 전날 이스탄불을 직접 찾아 메흐메트 파티흐 카즈르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장관과 10억 달러(약 1조 3827억 원) 규모의 공장 건설 협약에 서명했다.

BYD는 해당 공장에서 연간 15만대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계획이며, 연구·개발(R&D)센터도 함께 건설할 예정이다.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지난 1996년 발효된 튀르키예·EU 관세동맹에 따라 일정 조건이 부합하면 EU로의 수출에 무관세 또는 저율관세를 보장받고 있다.

BYD는 EU 회원국으로 친중성향이 강한 헝가리에도 연간 20만대의 신에너지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유럽 국가 외에 태국에도 공장을 건설해 지난 4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 '네타 오토'도 이미 태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말레이사아에 3번째 해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BYD를 비롯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서둘러 해외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고율 관세 부과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BYD도 튀르키예 공장 설립 관련 성명에서 "우리는 신에너지 차량 수요가 늘고 있는 유럽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은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EU는 지난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잠정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잠정관세는 오는 11월까지 부과되고, 이후 향후 5년간 고율 확정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EU 회원국 투표를 거쳐 결정된다.

가성비 앞세워 美·EU 대체 시장 찾아 나서

모텨쇼에 전시된 지커 001FR 모델. 연합뉴스

해외 생산공장 건설과 함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무역 장벽을 세우지 않은 제3 국가들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지리그룹 소유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최근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최근 한국 법인 설립을 위해 각종 인증과 인력 구성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의 한국 시장 공략 선봉장은 지난 2021년 출시한 지커001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의 중국내 판매 가격은 30만 위안(약 5690만 원) 안팎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임에도 보급형 모델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가격대가 비슷하다.

BYD는 전기버스를 앞세워 일찌감치 한국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는데,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신규 등록한 전기버스 가운데 중국산의 비율은 무려 54.1%를 기록했다. BYD는 곧 한국 승용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한국 외에도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충하며 미국과 EU를 대체할 시장을 찾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로 개도국 경제개발 분야 전문가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전망과도 일치한다.

삭스 교수는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보호주의적으로 바뀌면 중국 시장은 아시아와 러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남미로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