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4조는 1961년 당시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약 수준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군사적 지원을 포함하고 있어 동맹에 가깝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두 국가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제 4조 '군사지원'을 놓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조약 원문 중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은 지난 1961년 당시 소련과 북한이 맺은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명시된 '자동 군사개입'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조약 제1조에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한쪽이 전쟁에 돌입할 경우 즉각 개입한다는 해당 조약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1996년 공식 폐기됐다. 2000년에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유사시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단, 지난 1961년 조약과 달리 이번에는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는 "자동 군사 개입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조약은 1961년 당시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약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에 준한다는 두 가지 완충 장치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제 어떤 의도인지 조금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해외 군사 원조가 상원의 권한이고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 만큼 군사개입 '제동' 장치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필요하면 러시아 측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한반도 전쟁 개입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2조를 자동 군사 개입 조항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협정 4조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해온 포탄 등을 향후 보다 제도화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역시 "4조의 내용은 1961년 조약과 거의 동일하다"며 "이번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체결로 북러 관계는 냉전시대의 군사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동맹 수준으로 올라선 북한이 경거망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오늘 NSC 상임위에서는 북러조약에 대한 분석이나 대응 방안과 동시에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강화하는 측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