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들킬라…북러 정상회담에 말 아끼는 중국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자동군사 개입' 조항을 사실상 부활시킨 가운데 중국 당국은 여전히 해당 사안에 대해 "두 국가 간의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북러간) 새 조약이 한반도와 유라시아 평화·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는 조러(북러)간의 양자 협력 사무로, 나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린 대변인은 다만 "반도(한반도) 문제에 관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면서 "시종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하는 것이 각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식해왔으며, 각 당사자가 이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린 대변인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는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푸틴 대통령 입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추가 질문에도 "러시아와 조선의 협력은 두 주권국가간의 일로 중국은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중국은 반도 관련 문제에서 덮어놓고 제재와 압박만 하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출구라고 본다"며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일부 두둔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미일 동맹 강화에 맞서 북중일 공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 강화를 포함해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더 많은 미군 전함이 태평양 해역에 전개되게 되고,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가능성마저 커지게 된다면서 이는 동북아 정세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중국 입장에서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전통적으로 중국과 우호 관계와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중국 민간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민간 매체들도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신의 이날 보도는 북러 양국간 밀착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지난 1961년 7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핵우산'을 명시한 '우호·협조·호상 원조 조약'을 맺었지만, 2000년 2월 19일 채택한 북한-러시아 '친선·선린·협조 조약'에서는 두 조항이 모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새로 체결하고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사실상 부활시켰다.

해당 조약 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 한다"고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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