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임시제방 현장소장 징역 7년 6월…법정최고형

정우혁 판사 "최소 15년은 돼야. 합당한 선고 못 해 무기력함 느껴"
"참사 기억하자" 바흐 피아노 연주곡 재생…감리단장은 징역 6년

지난해 7월 15일 붕괴 전 보수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미호강 임시제방 현장 모습. 오송읍 주민 제공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임시제방 공사를 총괄한 현장소장에게 법정최고형인 7년 6월이 선고됐다.
 
재판장은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한 현장소장을 향해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질책하면서도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는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다.
 
지난해 7월 15일 무려 14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오송참사의 첫 선고 공판이 열린 청주지방법원 223호.
 
재판을 진행한 다섯달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운을 뗀 정우혁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그날의 일을 기억하자며 바흐의 피아노 연주곡 106번 칸타타를 재생했다.
 
바흐가 22살 때 자신의 장례곡으로 만든 연주곡이었는데, 한동안 재판정은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훌쩍거리는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내 임시제방을 총괄한 현장소장 A(55)씨를 불러 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책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A씨가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한 부분에 대해 빠짐없이 설명한 시간만 무려 1시간 30분.
 
정 부장판사는 A씨에게 법정최고형인 7년 6월을 선고하면서 "참사 당시 피해자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빠져 나오려 했지만,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려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들의 행위와 태도는 법정최고형으로도 부족하다는 이례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개인적으로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한 15년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규정상 7년 6월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며 "법관으로서 피고인에게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음에 한없이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1명의 사망과 10명의 사망이 같을 수가 있겠냐"며 "입법부 등이 관심을 갖고, 혹여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죄책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감리단장 B(66)씨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유가족들은 정 부장판사의 위로에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참사 희생자 747번 버스기사의 아들 이중훈씨는 "판사께서 이번 사고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고 있다"며 "특히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단체장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조속히 기소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미호강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모두 30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경찰, 소방 등 공무원을 포함한 관련자 28명도 잇따라 기소했다.
 
지난해 7월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하천물이 밀려 들어와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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