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총 95분 간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정 운영 성과와 구상,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시종일관 어조는 차분했고, 민감한 질문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심하며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가 질의응답 시간이 마무리됐다며 안내하자, 손을 내저으며 질문을 더 받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먹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의자에 앉아 지난 2년간 국정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3년 동안의 계획을 밝혔다.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가 담긴 명패가 놓였다.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다.
윤 대통령은 "요즘 많이 힘드시죠"라며 "민생의 어려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습니다"라고 민생고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또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가겠다",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 등 발언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22분 간의 담화 발표 후 질의응답을 위해 브리핑룸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미소를 띈 얼굴로 출입 기자들에게 "오늘 질문 준비를 많이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질문을 충분히 받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원인을 묻는 첫 질문에 "그동안 국정운영을 해온 것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가 '좀 많이 부족했다' 이런 것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며 소통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으로 분야를 나눠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답변 어조는 차분했고, 일부 질문에 답변한 뒤에는 "또 더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냐"고 되묻기도 했다.
민감한 현안으로 꼽혔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문에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답변하던 윤 대통령은 특검과 관련해선 잠시 말을 멈춘 뒤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신중히 답했다. 또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전임 정부부터 이뤄진 수사가 사실상 윤 대통령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는데 특검을 추진하는 건 '모순'이며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현안인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또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 수사 당국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 결과를 보고 만약에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 안 된다'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이유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한 어투로 비교적 길게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는지, 관계가 소원해졌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문제는 바로 풀었다"고 답했다.
세제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부자 감세니 이런 비판도 있지만 세금이란 것도 과도하게 들어가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큰 손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질의응답이 70여 분간 진행된 시점에서 사회를 맡은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이 정도로 줄이겠다"고 마무리를 하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손을 내저으며 "한두 분만 더 (질문)하시죠"라며 회견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약 73분간 총 20개의 질문에 답한 뒤 "지난 2년간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여러분을 뵙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기자회견장에 착석한 150명의 기자들과 악수를 한 뒤 집무실로 돌아갔다.
브리핑룸에는 기자들과 대통령실 참모를 포함해 154석의 자리가 마련됐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2차장, 왕윤종 3차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모두 회견장에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