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스쿨존 참사 1주기…어떻게 달라졌나

사고 지점 일부 구간엔 '차량 방호용 펜스' 설치
평일 등교시간대 2.5t 화물차 통행 제한도
'옹벽 통학로' 등은 여전히 안전시설 없어 "불안"
주민·유족·시민단체 "사고 재발 막겠다는 의지 보여야"

지난해 4월 28일 1.7t 상당의 대형 화물이 굴러 떨어져 초등학생 황예서 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김혜민 기자

부산 영도구 한 스쿨존에 대형 화물이 굴러 떨어져 초등학생 황예서(10)양이 숨지는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다. 사고 이후 지자체는 '안전한 등굣길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과 유족은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 지점엔 보행자용 펜스 대신 '차량 방호용' 펜스

지난해 4월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한 어망업체가 인근에서 지게차로 하역작업을 하던 중 1.7t 대형 화물을 떨어뜨려 등교하던 황예서 양이 숨졌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학교 주변에 제대로 된 안전 대책 없이 제조업체와 불법 주정차 문제 등을 방치한 지자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29일, 부산 영도구청에 따르면 등굣길 참사가 발생한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에는 24m 상당의 차량방호용 펜스가 설치됐다.
 
해당 펜스는 14t 화물차가 시속 80km로 충돌해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국토교통부가 규정한 안전 강도 1~9등급 가운데 5등급에 해당한다. 지난해 4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청동초 앞 스쿨존에는 보행자용 안전펜스가 있었지만, 1.7t 상당의 화물이 굴러 떨어지자 힘없이 부서졌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장 일부 구간에 차량 방호용 펜스가 우선 설치된 모습. 김혜민 기자
 
이밖에 구청은 청동초 일대에 불법주정차 단속 폐쇄회로(CC)TV 2대와 시선유도봉 설치, 미끄럼방지포장 등을 진행했다. 또 등교 시간인 평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2.5t을 초과하는 화물차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영도구청은 오는 12월까지 사고로 부서진 나머지 구간을 비롯해 청동초 일대에 길이 600m 이상의 차량용 방호 울타리와 70m 상당의 보행자용 난간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우선 올해 안에 예산을 확보해 청동초를 비롯한 영도구 내 초등학교 스쿨존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경사도 등을 고려해 방호 울타리 등급을 결정한 후 실시설계 용역을 벌여 초등학교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 설득과 예산 확보 등 어려움도…불안 요소 '여전'

하지만 청동초 후문 144m 구간에 이어져 있는 '옹벽 통학로'는 여전히 별다른 안전시설 없이 방치되고 있다. 2m 높이 옹벽 통학로는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크게 다칠 위험이 있는 데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이곳을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 접촉사고 위험에 대한 주민 우려도 크다.
 
해당 부지는 사유지인 만큼 주민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게 영도구청 입장이다. 구청은 옹벽 주변에 나무 데크를 설치하기 위해 시 교육청으로부터 2억 원을 지원받아 총 사업비 4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또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까지 3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인근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 청동초 후문 144m 구간에 이어져 있는 '옹벽 통학로'. 김혜민 기자
 
불법주정차 단속 CCTV 설치 등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구청은 사고 이후 청동초와 남항초 등 10곳에 11대를 설치하려 했지만, 오는 6월에서야 4개 구역에 설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영도구 초등학교 스쿨존 내 고원식 횡단보도(도로보다 높게 설치하는 횡단보도)와 스피드 디스플레이션(차량 속도 표시기) 설치 등도 시비 보조금 신청 등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청동초 일대 불법주정차 특별 단속은 인력 등의 한계도 있어 한 달에 2차례 정도 진행하고 있다.
 

"사고 재발 막겠다는 의지 보여야" 주민·유족·시민단체 한목소리

사고 이후 담당 지자체 등이 통학로 안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유족을 비롯한 인근 주민, 시민단체 등 지역에서는 "땜질식 대책이 아닌 제대로 된 스쿨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에 대한 불신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청동초 인근 주민 금모 씨는 "통학로는 사고 이후 조금 나아진 수준"이라며 "화물차가 지나다닌다거나 통학로 주변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이뤄지는 건 오전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똑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 한모 씨는 "구청에서는 점심시간 때 불법주정차 단속을 한다고 하는데 주변 학부모들 얘기를 들어봐도 학교 주변에 화물차는 아직도 자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사고 지점 일부만 설치한 방호 울타리가 스쿨존 사망사고의 대책이냐"면서 "지난해 부산시가 스쿨존 안전을 위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홍보해놓고 청동초 스쿨존도 이렇게 방치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부산시가 학부모 불안 등을 이유로 스쿨존 전수조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고, 부산시장은 사고와 상관없는 청학초에 가서 안전 펜스를 흔들어보고 갔다. 그런 식으로 대처하는데 무슨 기대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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