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한 물가'…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종합)

고물가·고유가·가계부채·부동산·美 '신중론' 등 영향
"물가, 2% 수렴 확신 일러…통화긴축 충분히 유지"
"연준·한은 모두 6월 지나 하반기에나 인하"에 힘 실려

박종민 기자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다시 연 3.50%로 동결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불안한 물가와 국제유가 상승,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로 유지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계속되오던 금리인상 기조가 지난해 2월 동결된 이후 10차례 연속 3.50%로 묶은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한 것은 불안한 물가와 국제유가 상승,가계부채 증가세,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과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기록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런(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10차례 연속 동결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공동취재단
 
금통위는 또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올해 말 2%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등과 관련해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로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여전히 많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쏠림 등 금융 불균형 문제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빚의 비율은 100.6%로, 여전히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 금통위원은 2월 금통위 회의에서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최근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이 3.5%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이 7월쯤부터 한 두차례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 이후 하반기에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