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흰여울길…횡단보도 신호등 꺼져 '위험천만'

국내외 관광객 발길 이어지는 인기 관광지 '흰여울문화마을'
바로 앞 삼거리 횡단보도 신호등 모두 꺼져 있어
관광객·주민, 속도 빠른 차량에 아슬아슬 길 건너는 모습
영도경찰서, 차량 정체 민원에 점멸 체제로 전환…보완책 계획 중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 앞 신호등이 꺼진 횡단보도에서 관광객이 길을 건너려 하지만 차량이 계속 지나가고 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 영도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흰여울문화마을 앞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모두 꺼져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위험천만하게 길을 건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도로 정체를 이유로 신호등을 꺼 보행자들이 위험한 교통환경에 처해있는 상황이라 관광객과 주민 안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평일 오전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앞. 마을로 향하는 횡단보도 앞에 선 외국인 관광객 무리가 신호등이 모두 꺼져 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빠른 속도의 차량들이 끊임없이 달려오는 모습에 이들은 도로 양쪽으로 번갈아 고개를 돌리며 한참을 가만히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차가 오지 않자 급하게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지만 그새 다가온 차량이 이들 바로 앞에서 급히 멈춰서기도 했다.
 
에스토니아에서 온 관광객 엘리나(30·여)씨는 "차들이 계속 오는데 신호등이 꺼져있으니 건널 수가 없어 계속 기다렸다"며 "차량 속도가 너무 빠르고, 먼저 멈춰주지 않아 길 건너기가 불편하고 위험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판유팅(22·여)씨 또한 "횡단보도 불이 꺼져 있어 어떻게 건너야 하는 건지 몰라서 두리번거렸다"며 "대만에도 종종 신호등이 꺼져있는 곳이 있지만 여긴 차 속도가 훨씬 빨라 길 건너기가 더 무서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 앞 횡단보도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과 주민들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주민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는 와중에도 차량이 좌회전을 진행해, 차량이 할머니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위험천만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서울에서 온 전 모(35·여)씨는 "앞에 서 있어도 차들이 안 멈춰주니까 차가 안 지나갈 때까지 눈치 보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겨우 건너려는데 버스가 멈출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우리한테 빵빵거리며 지나가서 무서웠다. 길 건너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영도경찰서 교통안전계에 따르면 영도구 흰여울길 앞 이송도삼거리의 횡단보도 3곳에는 지난 2022년 3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신호등이 설치 됐다.
 
그러나 교통신호 운영으로 차량 정체가 극심하다는 주민들의 항의성 민원이 쏟아지자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끄고, 점멸 신호 체계로 바꾸게 됐다.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 앞 신호등이 꺼진 횡단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건너고 있다. 정혜린 기자
 
당시 주민들은 신호가 신설된 이후 아침 출근시간 차량 정체가 극심해져 소요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도로에 시내버스와 관광버스 등이 서면서 교통신호 운영을 했을 때 출퇴근시간대 지정체가 극심했다"며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정체되면서 신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기존의 점멸 운영 방식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영도서는 해당 지점에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회전 교차로 설치 등 보완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도서 관계자는 "신호 없이도 차량 속도를 낮춰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당 지점에 회전교차로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공사에 착공해 하루빨리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