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진 부족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 내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울산에 있는 병원까지 옮겨진 응급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 노동당국이 최근 뇌출혈로 숨진 부산대 의대 교수의 과로사 가능성을 조사하는 등 의료 공백이 점차 '의료 대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2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장군에 거주하던 김모(90대·여)씨가 복통을 호소해 기장군의 A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병원에서 김씨는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A병원은 긴급 시술을 위해 가까운 부산의 B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다. 하지만 B대학병원은 "수용할 상황이 안 된다"며 전원이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김씨는 B병원보다 10㎞가량 먼 울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유가족들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인력 부족 등이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에 피해를 신고했다.
복지부로부터 신고 내용을 넘겨받은 해운대보건소는 B병원의 진료 거부에서 위법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복지부 차원에서 전원 경위 등에 대해서는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해운대보건소 관계자는 "당시 보건소 1차 조사에서는 의료법 위반 등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후 보건복지부 피해 구제 센터에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실제 의료진 상황 등이 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부산대 안과 C(40대·남)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이유가 '과로' 때문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는 부산대 병원 전공의 10명이 지난달 모두 병원을 떠나면서 C씨를 포함한 교수 9명이 일주일에 1.5~2일씩 당직 근무를 서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C씨의 사망과 업무 시간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 등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C씨를 포함한 안과 교수들의 일직·숙직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초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전공의가 빠진 뒤 교수들이 당직을 추가로 더 했는지 아니면 기존에 안 하던 당직을 하게 됐는지 등 추가 근무나 업무 가중도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개인 질병이 아니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과성이 확인되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만약 과로와의 인과성이 확인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법 위반사항과 고의성 등을 조사한 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