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3654일 동안 고(故) 문지성양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영상 기록으로 남겼다. 무려 5000여 개의 영상이 쌓이는 긴 세월 동안 아버지 문종택씨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진상규명 그리고 안전한 사회. 문종택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의 10년 바람이 영화 '바람의 세월'에 담겨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시민들을 찾는다.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바람의 세월'(감독 문종택, 김환태)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카메라를 든 평범한 아버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10년의 세월과 간절한 바람을 담아 만든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영화다.
'바람의 세월'은 10년의 기록이라는 점 외에도 그간 제3자의 시선을 통해 만났던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에서 만난다는 점에서도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바람의 세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문종택 감독, 김환태 감독, 김일란 프로듀서, (사)4·16세월호참가사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가족의 편에 서서 가족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때로는 분노한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때로는 경찰들과 싸우기 위해서, 때로는 질문하기 위해 언제나 카메라는 흔들렸다"며 "카메라가 흔들리는 뒤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야말로 유가족이 하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10년의 세월, 2014년 4월 16일부터 계속된 3654일의 기록을 단 두 시간에 압축하는 과정부터가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공동 연출을 맡은 김환태 감독이 받은 기록만 무려 7TB에 이르지만, 이는 문 감독이 촬영한 50TB의 5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다.
이 가운데서 김 감독은 "10년의 세월을 연대기적으로 펼쳐놓는 게 중요했고, 세월호 가족이 한국 사회와 마주하며 어떤 걸음을 해왔는지 그리고 가족들이 10년을 회상하며 느끼는 감정, 감정 안에 한국 사회의 혐오와 비난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바라보는 게 중요했다"며 "또 그다음 10년, 세월호 발걸음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님이 영상을 다시 반복적으로 보시면서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우셨을 거 같다"며 "영화가 세월호 가족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문 감독은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중·고등학생과 청년 학생들이 그냥 '세월호, 세월호' 하는 거 같다"며 "다음 세대가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세월호가 이랬구나' '내가 사는 나라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국가는 어떻게 했구나' '내가 사는 현재 나라는 어디쯤 와 있구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등을 젊은이들이 고민을 갖고 극장을 나서면, 흔히 이야기하는 '대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2학년 9반 진윤희양의 어머니인 (사)4·16세월호참가사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 역시 문 감독과 같은 생각이다. 그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지금도 이렇게 재난과 참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복되는 재난 참사를 정확히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학교 교육 차원에서 재난·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교육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번 '바람의 세월'이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보고, 그런 점들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10년간 활동해 오고, 또다시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생명 존중,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10년의 영상에 다 담겼다"고 전했다.
문 감독은 "지금 여러분이 타고 있는 세월호가 얼마나 안전한지 '바람의 세월'이 묻고 있다. 304명이 묻고 있는 것"이라며 "눈으로 보는 게 보는 게 아니고, 귀로 듣는 게 듣는 게 아니다. '바람의 세월'은 심장이 있어야 보이고, 가슴이 있어야 들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