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일대에 집결한 의사 단체가 정부에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는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졸속 추진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선언했던 복귀시한인 지난달 29일이 지난 이후 경찰이 의협 지도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출국금지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상태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정부는 3·1절 연휴가 끝난 뒤 업무일인 오는 4일부터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 행정처분·고발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의사들은 의대 증원 철회 등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3시 기준 경찰 추산 1만 3천여 명이 모였다. 반면 주최 측은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 등 4만여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참석자들은 광주 300여 명, 전남 200여 명, 부산 800~1천 명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원점 재검토'라고 쓰인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분별한 의대 증원 양질 의료 붕괴된다", "준비 없는 필수 정책 의료체계 종말이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 증원 결사 반대' 피켓을 들거나 '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고 쓰인 몸띠를 두른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민 불편과 불안을 조속하게 해결하길 원한다면, 전공의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의학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고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교육여건과 시설 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천 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진료 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고 비필수의료에 비해 빈번한 형사소송 등 법적 부담까지 져야 하는 필수의료 영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결코 증원된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유입되리라 단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서는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의사의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도입,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지불제도 개편, 비전문가에 대한 미용의료시술 자격 확대 등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을 제한하고 의료비용 지출 억제에만 주안점을 둔 잘못된 정책"이라며 "의료계는 이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 질서 유지를 위해 50여 개 부대, 경력 3천여 명을 투입했다. 집회에 앞서 직접 현장을 찾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찰은 준법집회에 대해서는 보장하겠지만 불법행위에서는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